티스토리 뷰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에 공통 된 세계관으로 등장하는 ‘요크나파토파’는 다양한 형태의 이야기들을 탄생시켰고 그 이야기들이 모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 세계이기도 하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미국 남부 사회의 역사와 생활이 고스란히 반영 된 세계이기도 하다. 마치 과거의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박물관처럼 윌리엄 포크너는 미국 남부 사회의 사상과 정서를 요크나파토파라는 공간과 시간 위에 녹여내면서 사진이나 영상만으로는 재현하기 어려운 무형의 부분까지 보존시켜 요크나파토파 사가(Saga)를 이룩하였다.

윌리엄 포크너는 요크나파토파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건져 올렸다.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요크나파토파의 세계는 한정된 시간과 공간 속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크너의 작품 세계를 포괄하며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언제든지 원하면 필요한 만큼만 추출해서, 가공하고 새롭게 조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듯 윌리엄 포크너는 동일한 배경과 시간 속에서 같은 듯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다.

특히 요크나파토파의 이야기들은 언제나 비슷한 이미지와 테마로 구성 된 동일한 이야기의 변주곡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 물론 이 같은 신선함에는 전통적인 소설의 서술 기법이나 연출을 따르지 않는 포크너 특유의 서술기법과 20세기 소설가들이 즐겨 사용한 의식의 흐름 같은 새로운 경향이 함께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작가가 구축한 세계의 독립성이 뛰어나고 가능성을 마음껏 확장시켜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다.(만일 다른 작가가 요크나파토파의 세계를 차용하게 된다면 더욱 요크나파토파의 매력은 증가되었을지도 모른다.)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세계, 도덕성도 파괴되고 인간의 내면에 잠재 된 추악한 욕망을 표출시켜 작품의 이미지마저 부정함으로 물들일 수 밖에 없는 요크나파토파의 세계는 포크너의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끊임없이 새롭게 반복되는 변주곡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고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가상의 세계관과 실제의 역사적 사실들, 그리고 포크너 특유의 서술과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를 통해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같은 세계관의 공유는 또 다른 재미들을 즐길 수 있게 하였다. 동일한 세계관을 통해 일련의 작품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공유되는 요소들, 특히 까메오 같은 캐릭터의 공유나 무대 장치의 공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독서의 즐거움을 전해 줄 수 있었다.

요크나파토파는 작가의 자전적인 체험이 깔린 가상의 세계다. 때문에 어딘가의 환상이 아니라 현실 위에 서 있는 미국 사회의 모습을 담을 수 있었고 가상이면서도 사실적인 세계가 될 수 있었다. 특히 반복되는 변주곡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보다 확고한 주제와 이미지를 굳힐 수 있었고 이 것은 포크너의 작품 세계관을 포괄하는 세계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요크나파토파를 무대로 한 일련의 이야기들은 윌리엄 포크너의 작품의 매력과 요크나파토파라는 공통 된 세계관이 만들어내는 매력이 더해지면서 포크너만의 고유한 작품 세계를 완성할 수 있었고 포크너만의 고유한 재미를 전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