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리 콘스탄티노프는 한권의 책 속에 도스토예프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아내었다. 여기저기 잘라서 붙이고 새롭게 탄생시키는 콜라쥬 기법을 통해 작가는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도스토옙스키의 삶과 작품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격적으로 불안정할 수 밖에 없었던 대문호의 굴곡진 삶의 여정들과 쉴새 없이 폭풍이 휘몰아 칠 수 밖에 없었던 대문호의 작품들이 지면 위에서 글과 그림으로 파편화되기 시작한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그의 작품과 그의 삶만큼 단행본 안에서도 치열하게 배치되고 나열되고 복합적인 의미를 중첩시켜 나간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특유의 그림의 힘과 글의 힘 그리고 두 가지를 조합하면서 완성할 때 나오는 시너지가 더해지면서 도스토옙스키..
백치에 등장하는 나스따쉬아라는 여성캐릭터를 묘사함에 있어서 도스토예프스키는 단 한줄로 설명한다. "저런 미모라면 이 세상을 전복시킬 수 있어!" 외모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나 언급도 없이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폭발시켜 버린다. 얼마나 미인일까? 얼마나 매력적일까? 라는 궁금증을 순식간에 뛰어넘어 버린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어 버릴까? 라는 호기심은 단순히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넓히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리고 미쉬낀이라는 남성캐릭터를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19세기의 예수” 세상의 어떤 색깔에도 물들지 않는 순수한 청년의 숭고함으로 독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세상을 전복시키는 미모를 가진 여성과 세상의 어..
언제나 느끼지만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폭풍이 몰아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불쑥 등장해서는 쉴새 없이 떠들어 댄다. 롤리타의 작가 나보코프가 이야기했던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언제나 술집에서 싸움판이 벌어지는 것 같다라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된다. 때로는 횡설수설하면서 읽고 있는 독자들도 횡설수설하게 만들어 버리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도스토예프스키가 떠드는 장광설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악령은 특히 더 난잡하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파국으로 달려나갈 줄은 생각도 못했다. 스따브로긴의 등장 전까지만 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서사에 앞으로 벌어질 사건들이 충격적이더라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정신이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몰아치기 시작한다. 도스토..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서 전율을 느꼈다면 누구를 통해서였을까요? 대심문관을 펼쳐내며 독자들을 압도시킨 이반? 모든 것이 허용된다라는 사상에 홀려 있던 스메르자코프?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드미트리? 언뜻 비슷하면서도 극단적인 대립관계를 보여주었던 그루센카와 카테리나? 개인적으로 ‘알료사’를 꼽고 싶습니다. 아니 태풍이 휩쓸고 다니는 작품 속에서 고요한 찻잔 위의 출렁임 같은 알료사라고요? 물론 맞는 말입니다. 알료사는 카라마조프가 끝날 때까지 개인적으로 큰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죠. 물론 알료사의 역할이 작품 속에서 확실한 위치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백치’의 미쉬킨 공작이 보여주었던 순백의 영혼을 생각할 때 알료사의 모습은 개인적으로 카라마조프에서 존재감이 다소 약하지는 않았나?라는 생..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도스토예프스키가 탄생시킨 가장 위대한 작품입니다. 최후의 대작이자 미완의 걸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이제까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를 집대성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사상적 세계관의 정점을 이룩하면서 독자들에게 무서울 정도로 굉장한 전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특히 이 작품은 거의 모든 계층의 인간군상을 담아내면서 다양한 시각에서 다층적인 단면을 예리하게 표현하였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예언자적인 모습을 통해 러시아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악마와 같은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영향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던 테즈카 오사무는 이미 ‘죄와 벌’을 만화로 훌륭하게 어레인지하여 접근성을 높인 만화적 상상력을 ..
테즈카 오사무는 연극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등 예술 전방면에 있어서 상당한 식견을 자랑한다. 특히 테즈카 오사무는 만화가라는 입장에서 다른 분야의 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만화적 연출로 극대화 시킬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물론이고 특정 연령층에게 작품을 알리고 싶을 때에는 만화로 어떻게 연출하는 것이 좋은지 늘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연극을 소재로 한 “칠색잉꼬”시리즈에서도 알 수 있듯 작가는 단순히 예술작품에 대한 식견을 넘어 그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만화적 연출의 장점을 살리는 것 뿐만 아니라 패러디와 재치, 익살스러움을 살려내며 폭넓은 독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걸작으로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도스토에프스키의 원작을 바탕으로 테즈카 오사무의 만화적 느낌으로 각색한 ‘죄와 벌’은 테즈카 오사무의 초기..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세계를 포괄하는 집대성적인 작품이라면 “악령”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철학과 사상을 집대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전작에서 풀어낸 “허무주의”를 비롯하여 “인신론”, “슬라브주의”와 “메시아 사상”의 결합, “아나키즘”, “무신론”, “이상론” 등 이제까지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들을 통해서 엿볼 수 있었던 사상과 철학들을 한층 더 심오하게 펼쳐낸다. 특히 ‘악령’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같은 사상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통해서 대변된다. 일반적으로 캐릭터를 구축 할 때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정하고 속성을 부여한다면 이 작품에서는 오직 사상을 대변하기 위한 매개체로 인물을 설정하였다. 때문에 캐릭터적인 매력을 보다 극대화 할 수 있었고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불안하다. 내용도 그렇지만 작품의 완성도에서 살짝살짝 헛점이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 도스또예프스끼에 관한 작가론이나 작품론을 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체라든가, 문장력, 묘사의 유려함 등에 관해 극찬하는 내용을 보기 드물 뿐 더러 스토리의 정교함이나 구성력의 완벽함, 세계관의 유기적인 치밀함 등에 대해서도 찬사를 내리는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할 때 수없이 자주 “천재”라는 단어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도 정작 이러한 부분에서는 천재라는 단어에 인색하다. 아니 인색한 게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약점이 많다. 쉽게 이야기해서 마음먹고 비판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 특히 시베리아 수감 ..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치열하다. 아니 치열할 수 밖에 없다. 주변의 불안정한 생활을 자초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늘 쫓길 수 밖에 없는 삶이였고 이것은 고스란히 그의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작품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불안정하였고, 때문에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때로는 절하가 될 때도 있었고(물론 이 때문에 그 이상으로 높은 평가는 받을 때도 있지만) 도스또예프스끼의 천재적인 재능에 대해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기도 하였다. 때문에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 작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가 남긴 작품들 중에서도 최고의 찬사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국민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확고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작가로서는 위대하였지만 인간으로서 도스또예프스끼를 위대하게 받드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평생을 간질에 시달려야 했던 그는 정신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었고, 도박중독은 그를 돈을 위해 펜을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결과는 훌륭하나 목적과 동기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위대한 작품을 탄생시키면서도 정작 자신은 결함이 많은 인간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만일 그의 작품만큼이나 인간 도스또예프스끼의 위치를 동등하게 놓고 싶었다고 가정한다면 작가는 과연 어떠한 형태가 될 수 있었을까? 그가 추구하고자 했던 이상향의 인간상은 과연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까? ‘백치’의 주인공 ‘미쉬낀’은 이 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던져줄 수 있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자신의 모습을 담아내면서도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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