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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은 불안하다. 내용도 그렇지만 작품의 완성도에서 살짝살짝 헛점이 보인다는 뜻이다. 실제 도스또예프스끼에 관한 작가론이나 작품론을 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문체라든가, 문장력, 묘사의 유려함 등에 관해 극찬하는 내용을 보기 드물 뿐 더러 스토리의 정교함이나 구성력의 완벽함, 세계관의 유기적인 치밀함 등에 대해서도 찬사를 내리는 글을 찾아보기 힘들다.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할 때 수없이 자주 “천재”라는 단어를 아낌없이 사용하면서도 정작 이러한 부분에서는 천재라는 단어에 인색하다. 아니 인색한 게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작품은 약점이 많다. 쉽게 이야기해서 마음먹고 비판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의 작품들, 특히 시베리아 수감 생활 이후 발표해온 작품들의 경우에는 하나같이 문학 사상 최고의 걸작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의 작품만이 아니라 도스또예프스끼 역시 러시아를 넘어 인류 역사상 손에 꼽히는 대문호로 칭송 받고 있으며 현재에 이르러서도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는 초월성마저 보여주며 진정의 걸작의 의미를 확인시켜주었다.
죄와 벌은 이토록 도스또예프스끼가 그토록 추앙 받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의 작품이 그토록 극찬을 받고 있는 이유, 그리고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도 인기 있는 이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떠한 부분에서 작가적 재능을 보여주었는지 말해주고, 작품 속에서 어떠한 이야기를 펼치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작품이 왜 재미있는지 증명시켜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재미있으니까.’라고 간단하게 이야기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보다 구체적으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또한 백치나 악령, 까라마조프 등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비교적 접근이 쉽기 때문에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세계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입문작으로 권할 정도로 가장 도스또예프스키다운 작품이기도 하다.
몇 가지 사건과 소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순식간에 구상을 끝내고 글을 쓴다. 단순히 스토리를 써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사상과 시대의 사회상을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게 재현해낸다. 그 시대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시대의 보이지 않는 공기를 담아낸다.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모습들을 그려낸다. 무엇보다 순간순간 구상이 바뀌고 즉흥적인 경우에도 전체적인 작품의 성격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사상가는 아니지만 이야기 속에서 그가 풀어내는 사상은 놀라울 정도로 당위성을 획득하고 독자들을 감탄시키고 학자들에게는 끝없는 논쟁거리를 던져준다. 죄와 벌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언급되고 있는 라스꼴리니꼬프의 ‘초인론’ 역시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연구되고 있는 논쟁거리이며 다른 작품을 통해서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을 정도다. 욕망으로 가득 찬 뻬쩨르부르그의 모습 역시 작가에 의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시대의 모습이라면 사진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작가는 사진으로는 재현해낼 수 없는 것들을 소설이라는 형태로 그려나간다. 제임스 조이스가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 멸망하더라도 율리시스를 통해 부활시킬 수 있다면 도스토예프스키는 19세기 뻬쩨르부르그를 부활시킬 수 있을 정도로 시대의 모습과 공기를 생생하게 소설 속에서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돈과 범죄, 그리고 살인. 현대사회에서 필연적일 수 밖에 없으면서도 현실감을 가지고 있는 그리고 가장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재미를 선사한다. 죄와 벌 역시 기본적으로 이 같은 소재를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으면서도 서스펜스물의 성격을 일부 취하면서 마지막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또한 양심의 승리라는 결말을 취함으로 인해 보다 긍정적인 입장에서 감상을 마무리 할 수 있게 하였다.
죄와 벌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 세계에서 본격적으로 종착역을 향해가는 시점에 위치하고 있는 작품이다. 그의 종착역이 카라마조프에서 완성되었다면 죄와 벌은 완성을 향해가기 시작한 첫번째 단계이기도 하다. 죄와 벌이 입문서로 많이 추천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발 앞서 그의 종착역을 미리 엿볼 수 있는 완성형의 프로토 타입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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