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오즈(OZ)

sungjin 2007. 10. 17. 18:16

사용자 삽입 이미지
©Natsumi Itsuki/HAKUSENSHA/대원씨아이

이츠키 나츠미는 오즈를 연재하게 된 이유로 환타지가 아닌 SF를 그리고 싶다는 충동에 밀려 오즈를 연재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철저하게 기획되고 긴 준비 기간을 거치지도 않았고 원작자 이츠키 나츠미 역시 SF에 대해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OZ의 세계는 일반적인 전통적 하드 SF물과 비교한다면 중량감이 떨어지고 세부적인 설정에서도 디테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세계관의 구축은 무난하게 설정되어 있지만 하나의 새로운 세계 그것도 과학적 근거나 정치적인 이해 관계 속에서 치밀하게 엮어질 수 있을 정도로 설정의 방대함만으로 독자를 매료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였다.

하지만 오직 그리고 싶었다는 마음만으로 시작한 오즈는 이후 이츠키 나츠미의 후속작들을 모조리 평가절하해 버릴 정도로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작가의 대표작으로 자리잡게 되었다.전통적인 하드 SF를 지향하기에는 작가의 역량이나 작품의 연재지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SF만화로써의 치명적인 결함을 지닌 것도 아니였다. 세계관을 이루기 위한 설정은 틀린 곳 하나 없이 정확하게 맞아들어갔으며 작품 속 배경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가의 열정과 소녀만화가 특유의 감성이 함께 녹아들면서 이제껏 접해보지 못했던 매력을 담은 작품으로 탄생될 수 있었다.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에서 실제로 오즈의 마법사는 허상이고 평범한 아저씨에 불과했던 것처럼 이츠키 나츠미의 오즈 역시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였다. 3차 세계 대전으로 피폐해진 세계를 만들어낸 원인을 제공하였으며 갈수록 분쟁이 심해지고 황폐해져가는 지금도 불사의 삶을 추구하고 세계를 지배하려는 과학자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이기심이 밀집 되어 있는 오즈의 존재는 이제까지 역사의 반복을 통해 범해왔던 인간들의 어리석음의 상징처럼 이 작품에서 다시 한번 되풀이 되고 있다.

궁국의 병기로 개발되었지만 인간다운 감정을 가지고 로봇과 보다 인간에 가깝게 개발되었지만 기계처럼 차갑고 냉혹한 로봇의 대조, 불사의 삶을 누리기 위해 연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낸 로봇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과학자의 모습 등 로봇과 인간 사이의 경계선에서 그려지는 갈등과 세상을 구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욕망과 가치를 위해서 존재하는 과학의 의미 등 고전적인 테마를 담아내면서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다.

여성 작가 특유의 감수성과 소녀만화다운 사랑이라는 주제에 보다 깊이 있게 묘사하고 담아내다. 피폐해진 대지를 황금빛 벌판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소망,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고 마지막까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 로봇이기에 그리고 인간이기에 할 수 없으면서도 할 수 밖에 없는 감정의 표현은 세상을 멸망 또는 구원시킬 수 있는 과학의 이야기가 아니라 희망과 꿈,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세계가 아닌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어 나갈 수 있었다.

언급했다시피 오즈는 SF라는 장르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보다는 여성작가 특유의 감성과 순정만화다운 고전적인 주제를 통해 전개되는 작품이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일본 SF작가 클럽에서 주최하는 성운상을 수상하였고 지금까지도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 속에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이유 역시 이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