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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미소녀전사 세일러문

sungjin 2007. 9. 25. 09:47

(C)Naoko Takeuchi/KODANSHA


타케우치 나오코가 강담사의 소녀만화잡지인 나카요시에 연재한 미소녀전사 세일러문은 소녀만화의 고전적인 요소들과 함께 차별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으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12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세일러문이 연재되던 소녀만화잡지인 나카요시의 발행부수까지 200만부 가까이 크게 신장시켰다. TV애니메이션의 세계적인 대히트, 극장판의 흥행 성공,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뮤지컬과 21세기 들어 제작 된 실사 드라마까지 이어지며 세일러문의 세계를 넓히게 된다. 강담사 만화상까지 수상하며 만화가 누릴 수 있는 모든 영광을 누리게 된다.

일본의 대나무공주의 설화를 바탕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적 이미지의 채용은 일본 고유의 전래동화에 서양식 신화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예뻐지고 싶다는 소녀들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는 전통적 마법소녀/변신소녀물이 가지고 있던 코드는 세월이 지나도 소녀팬들을 열광시킬 수 있는 설정이다. 평범하고 덜렁대는 눈물 많은 소녀의 모습은 독자들로부터 공감대를 형성시키며 지지를 끌어내었으며, 위기에 등장하는 멋진 왕자님, 전생에 프린세스라는 설정 등 소녀 애니메이션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덕목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지극히 고전적이고 전형적인 모습 속에서 싸우는 미소녀전사라는 설정을 통해 전형적인 소녀만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식상함을 덜었다. 작가 특유의 화려한 컬러링은 매호 컬러 일러스트를 장식하게 만들 정도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생의 인연, 소녀의 성장, 멸망과 희생, 아이들의 꿈, 미래의 희망 등 각각의 이야기마다 일관 된 테마를 가지고 일관 된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며 흥미를 더해가는 본편의 감동과 별도의 쇼트 스토리와 번외편을 통해 작품의 진행 도중 휴식과도 같은 또 다른 즐거움을 전해주고 있다. 본편에서는 전체적으로 밝고 명랑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클라이막스로 진행되면서 점점 진지해지고 무거워지며 감정을 크게 흔들면서 감동을 주었던 것과는 달리 번외편의 경우에는 밝고 유쾌한 분위기를 살리고 있다. 루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룰 때처럼 잔잔한 감동을 선사할 때나 수험전쟁편에서 보여준 유쾌한 웃음 속에서, 그리고 꼬마 세라의 일기를 통해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분명 세일러문이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였다.

처음 이 작품의 전신격에 해당하는 ‘코드네임은 세일러V’를 연재할 때부터 편집부의 기획보다는 원작자의 아이디어가 존중되었고, 이 작품 역시 원작자의 생각과 의도가 존중되었다. 높은 인기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상업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각종 아이템의 남발도 없고, 특정 팬층을 공략할 수 있는 설정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크게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그 때문일까? 후에 작가 노트에서도 이야기 하듯 힘들고 괴로운 일들도 있었지만 세일러문을 그리는 내내 행복하고 즐거웠다고 한다. 작품 전편에 걸쳐 작가의 즐겁다는 마음이 작품 속에 스며들어 있었다. 작가가 무엇을 그리고 싶어하는지, 그리고 어떤 걸 그리고 싶어했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작품이 당시 많은 인기를 얻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이 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