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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OKO TAKEUCHI/KODANSHA/TOEI ANIMATION

세일러문 시리즈 전편에 걸쳐 가장 감각적이고 센스가 넘치는 시리즈를 꼽으라고 한다면 네번째 시리즈에 해당하는 SuperS가 아닐까? 그만큼 슈퍼즈에서는 순간순간의 빛나는 재치와 아이디어가 돋보였고, 스타일에 주목할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

이미 세번째 시리즈인 Super(슈퍼)에 접어들면서 하루카와 미치루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었던 백합분위기, 매드 사이언티스트, 파멸의 창 등 충격적인 전개와 어둡고 우울한 단면 등을 그려내며 유쾌함 속에서 밝은 분위기를 조금씩 파격적인 전개를 연출하였던 이쿠하라 쿠니히코 감독은 슈퍼즈에 접어들면서 동화적 이미지를 표면에 내세우면서도 그와는 정반대의 극에 위치하고 있는 괴기하면서도 호러틱한 분위기를 연출해 내기 시작한다.

치비우사를 주역으로 등장시키며  페가수스로 상징되는 꿈과 테마를 통해 동화적 분위기를 내면서도 네헤르니아를 통해 그려내는 이면의 추악함과 어둠은 섬뜩함마저도 주고 있다. 아마조네스 사총사가 연출해내는 기이한 이미지와 몽환적이면서도 만화경 같은 비쥬얼은 작품 이쿠하라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쉬함을 가득 채우면서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세번째 시리즈인 Super(슈퍼)부터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이토 이쿠코의 캐릭터는 슈퍼즈에서 최고점에 이르며, 화려한 변신장면과 필살기는 이쿠하라 감독에 의해 최고의 미장센을 연출해 내고 있다.

재치와 아이디어가 넘친다. 유쾌한 웃음, 좌충우돌 펼쳐지는 코믹은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웃음 뿐만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의 적 등장->위기->필살기->마무리라는 패턴 속에서 언제나 반복되는 대사들, 퍼포먼스 역시 세일러문의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이제는 식상해질 시기다. 하지만 아주 살짝 비켜나가는 연출, 의외의 장면에서 연출되는 파격적인 구성과 대담함은 시리즈 순간의 웃음을 넘어 기발함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슈퍼즈에서 보여주었던 감각적인 스타일리쉬함에 시선을 사로잡히고 재치 넘치는 아이디어에 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슈퍼즈의 주력 스탭이였던 이쿠하라 쿠니히코와 하세가와 신야, 에노키도 요우지는 이후 비 파파스를 결성하여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작품을 발표하게 된다. 세일러문이라는 시리즈 작품의 특성상 세일러문이라는 일정한 “틀”안에서 활개 칠 수 밖에 없었던 그들은 우테나를 통해 화면의 미장센과 파격적인 이야기 구조와 소재, 문제시 될 수 있는 코드들을 보다 화려하게 펼쳐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이 우테나라는 목표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세일러문 슈퍼즈’라는 출발점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비 파파스를 통해 보여주었던 스타일리스트로서의 모습들, 사회적으로 이슈를 일으킬 수 있었던 코드들은 이미 세일러문 슈퍼즈에서 충분히 발휘되고 있었다. 물론 완성형에 도달하였던 우테나와는 달리 세일러문 슈퍼즈에서는 아직도 보여주어야 할 것을 모두 보여주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순간순간의 기지와 개그 감각을 발휘하며 “웃음”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그들의 재능은 세일러문에서 더욱 넓게 확인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