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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sungjin 2007. 9. 2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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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NORI WAKASUKI/HAKUSENSHA/서울문화사

방송심의위원회의 윤리규정을 과감하게 박살내는 단어들의 남발, 과격함과 함께 19금으로 상징 될 수 있는 퍼포먼스의 향연… 메탈음악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선보인 디트로이트 메탈시티는 소재에 걸맞는 흉폭함(?)으로 하드하게 나가고 있다. 동시에 전혀 엉뚱하게 진행되는 오해와 엇갈림을 통해 웃음을 주고 있는 개그만화이기도 하다.

거칠고 과격한 단어와 행동을 보이며 메탈계의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누리고 있는 주인공이 사실은 스웨디쉬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소심하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설정 속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은 흔히 이중적인 양면성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여타의 작품들과 크게 차이가 없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주인공은 자신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더욱 가속도를 올리며 재미를 주고 있다.

주인공은 그토록 자신이 목표로 하는 스웨디쉬팝은 커녕 자신의 목표와는 전혀 다른 하드 메탈계의 제왕으로 군림하게 된다. 간간히 거리에 나가서 그토록 목표로 하던 꿈을 이루기 위해 노상 공연을 하지만 반응은 영 시원찮다. 반면 원하지 않은 메탈계의 제왕으로 무대 위에 설 때에는 관중의 열기에 달아 올라 자신도 모르게 심취해 버리고 만다. 평소 쌓인 울분과 분노를 모두 토해내듯 열정적인 광란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시작한다. 소문에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점차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적어도 개인적인 만화 취향이나 평소 추구하던 만화관을 생각한다면 분명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서 보여주는 것들은 분명 개인적으로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 은근히 열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인공이 목표로 하던 것과는 달리 원치 않는 방향으로 너무나 밝은 빛(?)이 비추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이 꿈과 멀어지는 현실 속에서 고뇌할 때마다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아이러니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기막한 타이밍 속에서 연출되는 개그는 탁월할 정도로 재치가 넘치고 있었다.)

물론 이 작품은 여러가지 재미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절대적 명성을 확고하게 쌓아가며 제왕으로 군림해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가지각색의 오해와 엇갈림, 황당함과 엉뚱한 반전으로 웃음을 주고 있다. 거칠고 과격한 표현 속에서도 변치않는 진솔한 주인공의 속마음은 의외로 재미가 쏠쏠하다.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닌 주인공의 생활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는 갭을 통해 개그 노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화가 가지고 있어야 할 재미를 모두 보여준다. 취향에 맞는 독자라면 작품 속에서 표현되는 지옥의 무대예술(?)에도 열광할 것이다. 엽기적인 코드와 특정화 되어 있는 요소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순진하기 그지 않는 주인공의 수수함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작품을 구축하는 축으로 작용한다.

불행 속에서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순간의 번뜩이는 개그 센스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다. 주인공이 처한 외부적 환경과 작품의 설정이 맞물려 돌아가며 벌어지는 사건에 웃을 수 밖에 없는 재미를 담고 있다. 결국 작품 속에서 보여주는 각종 퍼포먼스에도 재미를 느끼게 된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연재 초반부터 높은 인기를 얻으며 단행본 출시와 함께 예상을 뒤엎는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였다. 소재나 표현의 특성상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예상되던 구매층을 뛰어넘어 보다 많은 이들의 환호를 얻었다. 나 같은 독자가 다수 존재했던 것일까? 아니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작가의 개그 센스가 많은 이들을 열광시켰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