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속에서 누구보다도 냉철하게 이야기한다. 객관적 현실의 모습을 주관적 시각으로 연출해 내며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가슴 아픈 사연들,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그려나간다. 사회의 차별과 모순 속에서 오세영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사람과 사람 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단면과 함께 시대적 그림자를 녹여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빨아들인다.

분단의 현실 속에서 삼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할아버지와 어버지, 그리고 손자의 이야기, 민주화 항쟁 속에서 총을 겨누어야 했던 청년, 도시로 떠나야만 하는 농민들, 가난으로 인해 운동회에서 소외 당해야만 했던 아이 등 시대적 흐름과 배경 속에서 오세영이 담고 있는 이야기는 마치 한편의 기록영화를 감상하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다큐멘터리적인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의 시선은 아무런 여과 없이 현실의 모습을 투영해 내면서 강한 현실감을 담아낸다.

치밀하게 계산 된 화면 연출과 복선, 그리고 만화 특유의 비유를 통해 구성해 내는 이야기의 구성 능력은 탄성을 지르게 만들고 있다. 흠잡을 데 없이 탄탄한 실력을 지닌 작가의 그림 실력도 놀랍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구성에 있어서도 작가의 재능은 놀랍기만 하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절묘하게 컨트롤 되는 컷 구성력과 실험성 짙은 작품에서 나타나는 과감한 연출, 극적인 전개가 돋보이는 이야기의 강약 조절은 만화라는 매체가 가진 대중성과 함께 실험적이면서도 예술적인 부분까지 동시에 접근해내고 있다.

지극히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현실은 극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의 구조를 통해 강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기록 영화처럼 주관적 시각 속에서 객관적으로 투영되는 현실은 극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외침 속에서 강한 호소력을 지니게 된다. 나레이션 속에서 해설되는 3자의 시선과는 반대로 극중 인물들의 모습은 감정의 폭발 속에서 강하게 가슴에 다가오고 있다. 현실 위에서 어렵고 힘든 계층의 삶 속에서 투영된 사회의 그림자는 오세영에 의해 적나라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동시에 그 시대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소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담아놓고 있다.

지나간 시대 속에서 다시 한번 우리들의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조용하면서도 격렬하게, 잔잔하면서도 깊게 다가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