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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

sungjin 2007. 9. 7. 12:59
(C)URASAWA Naoki/SHOGAKUKAN

알다시피 우라사와 나오키는 만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만화가를 평생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자신이 만화가로써 성공할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 때문에 현실적인 직장 생활을 위해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만화인의 본성은 절대 버릴 수 없었는지 소학관에 만화기자로 취직하기 위해 면접 때 자신이 그린 만화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결국 이 때 가져갔던 원고가 그의 인생을 바꾸게 되는데 그의 작품을 본 편집부에서는 만화가를 권유하게 되고 우라사와 나오키는 82년 "소학관 신인 만화 대상"에서 "리턴"이 당선되고 83년 빅코믹 스피릿트" 특별호에 "비트"로 데뷔하게 된다.

이후 그는 수 편의 단편들과 장편 연재작을 발표하면서 탄탄한 스토리와 단숨에 독자들을 빨아들이는 흡입력 있는 사건 전개로 인기를 얻으며 최고의 인기 작가로 올라서게 되는데 그가 이때까지 발표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고 어떻게 변해 왔는지 간단히 언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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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애플 아미
- 파인애플 아미는 현재의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스타일의 기초가 되는 작품이다. 하드 보일드한 액션과 주인공 고시의 카리스마적인 능력, 그리고 미국계 일본인이라는 설정 등으로 이후 발표하는 그의 대표작 "마스터 키튼"의 전신이라고 불리게 되는 이 작품은 현재의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과 비교한다면 우라사와의 작품 색깔을 느끼기보다는 조금은 신인다운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연출한 장면 전환 기법이라든가 사건 중심의 스토리 카리스마적인 캐릭터는 이후 "마스터 키튼"과 "몬스터"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전 8권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대원에서 정식으로 발행되어 있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초기 작품 스타일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의의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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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와라
- 87년부터 93년까지 빅코믹 스피릿츠에 연재된 야와라는 우라사와 나오키를 인기 작가로 부상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순한 스포츠물로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작가가 보여주는 스토리전개와 연출은 독자들에게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놀라울 정도로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 정도이다. 스포츠를 통해서 성장하는 전형적인 스토리에 우라사와 나오키의 휴머니즘, 그리고 때때로 폭소를 던져주는 그의 코믹 연출이 더해지면서 대중적인 인기는 물론이고 평론가들에게도 극찬을 받으며 1990년에 제 35회 소학관 만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물론 원작 코믹스의 히트는 물론이고 TV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좋은 시청율을 기록한 이 작품은 스포츠물이라는 장르적 특성과 우라사와 나오키의 코믹성, 그리고 우라사와 특유의 인간미를 볼 수 있으며 이후 해피로 이어지게 된다. 국내에서도 과거 "장군의 딸"이라는 해적판으로 큰 인기를 끌었으며 현재는 학산문화사에서 전29권으로 완결되어 정식 발행되어 있다.

파인애플 아미와 야와라를 통해 대중적인 인기와 동시에 작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우라사와 나오키는 야와라를 연재하면서 동시에 연재한 마스터 키튼을 통해서 그의 작품 스타일의 완성하게 되는데 그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마스터 키튼"과 그가 데뷔 초기에 발표했던 단편들과 연재중에 틈틈이 발표했던 단편들을 모은 단편집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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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튼
- 1988년부터 94년까지 소학관의 빅코믹 오리지널에 연재한 마스터 키튼은 스토리적으로나 연출적으로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그의 대표작이다. 특히 매회 완결 짓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딱 맞아떨어지는 플롯 구성력과 연출력은 별도의 스토리 작가가 있음에도 우라사와 나오키의 연출력에 의해 100% 생명력을 받았다고 할 정도로 그는 이 작품에서 작가적인 재능을 최고로 발휘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내용면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작품이다. 어릴 적 즐겨보던 맥가이버를 연상시키는 그의 프로폐셔널적인 활약을 통해서 슈퍼 영웅적인 면을 보여주는가 하면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정치와 사상 등에 의한 갈등 구조를 통해 현실적인 영웅의 상을 보여주며 깊이 있는 주제를 던지기도 하며 때로는 일상의 가족용 홈 드라마를 선사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것은 이런 전혀 다른 성격의 이야기에서 그는 인간적인 맛을 잃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30페이지도 되지 않는 짧은 분량을 통해 그가 선사하는 이야기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잘 짜여져 있는데다가 마지막에는 꼭 따스한 감동의 여운을 선사해주고 있어 단번에 독자들을 매료시키게 된다. 사실적이고 리얼한 설정과 묘사 우라사와 특유의 휴머니즘, 놀라운 컷트 구성과 연출력 등 이 작품을 통해서 우라사와의 작품 스타일일의 완성을 보였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재 18권으로 완결된 이 작품은 원작 코믹스 뿐만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까지 투니버스를 통해서 소개되었을 정도로 많은 인지도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참고로 동물을 소재로 하여 4페이지 정도의 잛은 단편들로 구성된 "키튼 동물기"라는 키튼의 외전 격의 단편집도 있는데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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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정식으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그는 단편을 통해서도 굉장한 재능을 보여주고 있다. 데뷔작인 "비트"와 신인상 수상작인 "리턴"이 실려있는 "나사", 무려 7회나 연재되며 우라사와 나오키의 코믹성과 일상적인 캐릭터 묘사가 돋보이는 "춤추는 경찰관", 그리고 야와라에서 주인공 야와라의 할아버지인 지고로의 이야기를 그린 야와라의 번외편으로 생각할 수 있는 "지고로", 이렇게 3편의 단편집은 그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나사"는 각박한 사회 속에서 찌들어 살지만 어릴 적의 꿈을 잃지 않은 채 그 꿈을 향해 열심히 생활하는 직장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N.A.S.A, 진정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올드 웨스턴 마마, 어릴 적 꿈꾸던 정의의 용사를 현실로 이루어내었지만 세상과는 여전히 타협이 되지 않는 마이티 보이, 신인 수상작 리턴과 데뷔작 비트 등 하나 같이 꿈과 열정으로 가득 차 있는 주옥 같은 작품들을 싣고 있어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직은 투박한 펜선과 다듬어지지 않은 그림체, 뭔가 부족한 연출을 느끼는 작품이지만 우라사와의 만화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며 그의 장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유머러스함이 가득하며 단편이 가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특유의 반전도 잘 살리고 있어서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현재의 그의 작품 스타일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나사말고도 춤추는 경찰관이나 지고로 역시 그의 야와라나 해피에서 자주 보아오던 위트와 유머가 가득하고 단편의 매력을 잘 살리고 있는 작품이다.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 스타일의 변천사를 알아볼 수도 있으므로 팬들로써는 필독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라사와는 키튼의 작품 세계를 둘로 나누기 시작한다. 코믹하고 유머가 가득한 연출과 야와라에서 보여주던 스포츠 물로서의 재미, 캐릭터 중심으로 전개해가는 스토리 전개법은 "해피"로 카리스마적인 캐릭터 설정과 미스테리한 사건 전개, 따스함과는 또 다른 느낌의 휴먼즘은 "몬스터"를 통해서 말이다. 계속해서 그의 최대 걸작이라고 평가 받는 "몬스터"와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작품 스타일로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는 "해피"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90년대에 들어오면서 그는 그의 작품 스타일을 확립하며 이후 발표하는 작품은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안정화 된 상태에서 그는 빅코믹 스피릿츠에 "해피'를 빅코믹 오리지널에서는 "몬스터"를 동시에 연재하게 되는데 너무도 다른 스타일의 두 작품을 통해서 작가는 독자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하며 그의 천재성을 증명시킨다.(물론 야와라와 마스터 키튼도 작품의 성격이 많이 달랐지만 몬스터와 해피의 차이는 이보다 훨씬 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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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 몬스터는 그동안 그의 작품을 접했던 팬들조차도 놀라게 했지만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까지도 놀라게 하며 그의 작품 세계의 한계를 알 수 없게 만들어 낸 작품이다. 의사로서의 의무감과 현실적인 실리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던 외과의사 덴마가 의사로서의 양심을 걸고 살려낸 어린이가 엄청난 살인 사건의 범인이였다는 설정에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연재 시작부터 굉장한 화제를 뿌리며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방대한 스케일과 설정 속에서 치밀한 심리극을 그려내고 있으며 살인자의 누명을 쓴 채 자신이 살려낸 몬스터 요한을 쫓는 덴마가 보여주는 휴머니즘은 호러물로써의 공포감과 동시에 우라사와 특유의 인간미를 잃지 않으면서 작품성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으며 99년도에는 테즈카 오사무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게 된다. 숨돌릴 틈도 없이 긴박하게 진행되는 스토리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적인 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을 늦추지 않으며 동시에 우라사와의 휴머니즘, 해결될 듯 해결될 듯 하면서도 마지막까지 사건을 미궁으로 몰아가는 미스테리가 균형을 이루면서 우라사와의 작품 중에서 최고의 연출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마스터 키튼 이후 한층 더 높아진 작가의 드라마적인 연출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그의 새로운 작품 세계를 선보이며 그의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던져줌과 동시에 치밀한 스토리 전개와 완성도로 일반 독자들까지 매료시키며 새로운 우라사와 나오키의 팬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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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 해피는 몬스터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독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는 작품이다. 몬스터가 카리스마적인 개성을 지니고 있는 캐릭터를 통해 방대한 설정과 놀라울 정도로 거대한 스케일 위에서 한가지 해답을 던져주면 또 다른 미스테리를 만들어냄으로서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스토리 전개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반면 해피는 매회 이어지는 스토리적인 재미에 중점을 두고 이제까지 보여주던 코믹성을 통해서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 미유키를 중심으로 이치로와 준지 등 미유키를 지원하는 캐릭터와 쵸코와 같이 미유키를 방해하는 캐릭터로 나누어 미유키에게 온갖 시련을 주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결국엔 행복해 진다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키튼에서 보여주던 사회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몬스터에서 보여주던 깊이와 무게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완성된 깔끔한 펜선과 그림체, 매회 연재마다 재미를 던져주며 다음화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는 이야기꾼으로서 재능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또한 이 작품은 스포츠물로써의 우라사와의 연출력이 잘 살아있는 작품이다.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쓰는 테니스 경기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 묘사 그리고 스포츠 만화가 주는 고유의 열혈 근성을 통한 감동까지........ 미유키를 그토록 싫어했던 사람들까지도 스포츠 경기를 통해 갈등을 해소하며 감동을 주는 과정은 정말 작가가 얼마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야기꾼인지를 잘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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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소년
- 현재 우라사와 나오키는 빅코믹 스피리츠에 20세기 소년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형태의 작품을 연재하고 있다. 수십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시간적인 스케일과 해체된 시간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계시키며 또한 번 작가의 플롯 구성 능력에 탄사를 보내게 하는 작품이다. "지구를 지키자!"라는 어릴 적 누구나 꿈꾸어 왔던 것을 몬스터 이상의 미스테리와 복잡한 플롯 구성,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숨막히는 스토리 전개를 통해서 우라사와 나오키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며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품이다. 아직 작품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우라사와의 대표작으로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는 걸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랜 세월동안 독자들에게 다양한 소재와 연출, 그리고 때로는 진지하고 무거움으로 때로는 가벼운 웃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그는 이번에는 또 어떤 작품으로 우리들에게 재미를 던져줄지......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분명히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을 재미있는 작품으로 다가올 거라는 것이다.

2002.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