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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식객

sungjin 2007. 9.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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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허영만을 표현하는 단어를 묻는다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카멜레온 같은 작가”라고 이야기 한다. 주위 환경에 따라 자신의 몸색깔을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변화무쌍한 카멜레온 처럼 허영만 화백 역시 장르나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에서 탁월한 포지셔닝 능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유행으로까지 번졌던 사오정 시리즈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던 날아라 슈퍼보드를 비롯하여 비트와 아스팔트의 사나이, 미스터 큐, 타짜에 이르기까지 허영만은 초등학생에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폭넓은 독자층을 만족시켜 왔다. 그리고 그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을 비롯하여 영화와 만화 등 각종 미디어로 새롭게 재생산 되었으며 다른 매체로 재탄생 된 작품들이 허영만의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릴 정도로 그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재미의 힘을 강력하다. 무엇보다 웃음이 가득한 코믹물이든 잔잔하게 감동을 전해주는 에세이물이든 긴장감이 감도는 리얼한 이야기든 어떤 장르를 그려내더라도 보는 이들을 만족시켜 주고 있다는 사실은 작가의 역량이 얼마나 넓게 발휘 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아마 허영만이라면 21세기에 들어서 새롭게 부상한 웹툰을 그리거나 학습 만화를 그리더라도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들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재미와 감동이라는 요소에 충실할 것이라는 신뢰감을 심어 줄 정도로 말이다.

“식객”은 ‘음식’을 주제로 하는 특정 소재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재미를 주고 있는 허영만의 재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는 작품이다.

철저하게 조사 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다양한 식문화에 대해 전해주고 있다. 읽고 있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 우리들에게도 이토록 다양하고 폭 넓은 식문화가 생활 속에 깔려 있다는 생각을 하며 작품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 현실에서도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음식에 대해 찾게 될 정도로 맛깔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 전달적인 면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사람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잔잔하게 담아내며 훈훈함을 주고 있다. 작품 속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먹거리는 맛을 통한 미각적 만족감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표현되는, 그리고 그것에 담겨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마음을 통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화려한 요리제전 속에서 펼쳐지는 대결도 아니고 어떻게 하면 보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며 궁극의 요리의 달인을 향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람들의 이야기고, 그러한 이야기가 먹거리와 함께 펼쳐지고 있는(그러면서도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가득 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때문에 어딘가의 환상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소박하지만 친근하게 다가 올 수 있는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작품 곳곳에 담겨 있고 먹거리 속에 담겨 있다.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면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사상과 생활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아마 외국인이 한국인의 삶과 정서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면 이 작품을 추천해도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