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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생존

sungjin 2007. 9. 2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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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모토 노부유키는 심리전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단순하게 벌어지는 두뇌 싸움은 물론이고 물리적 극한 상황이 아닌 정신적 극한 상황에서 연출해 내는 탁월한 심리 묘사는 보는 이들에게 전율을 선사할 정도로 긴장감을 채워넣는다.

카와쿠치 카이지는 정신적 심리적 극한 상황에서 보다는 물리적 한계 상황에서 탁월한 연출력을 발휘한다. 사소한 사건에서부터 대재앙에 이르기까지 카와구치 카이지의 작품은 한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상황적 주변의 정세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다 외부로 스케일을 넓혀가며 다양한 외부 환경과 맞물려 가며 복잡한 인과 관계를 연결시켜 가며 독자들을 작품 속으로 몰입시켜 간다.

“고백”과 “생존”은 후쿠모토 노부유키와 카와구치 카이지라는 두명의 천재작가가 함께 작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히 주목할 만한 사건이지만 실제 작품 속에서 전개되고 있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재미는 기대한 만큼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 있는 작품이다.

폐쇄된 고립 공간, 그리고 서로간에 살인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이틀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고백”은 모든 것이 차단 된 고립된 물리적 한계 상황 속에서 살인이라는 정신적 한계 상황이 더해져 두 작가가 각자 추구해오던 작품 스타일이 플러스 되어 펼쳐지고 있다. 후쿠모토 노부유키 특유의 마이너스적 사고가 지배하는 심리 묘사는 물론이고 심한 눈보라 속에서 살기 위한 두사람의 조난 과정이 카와구치 카이지 특유의 생생한 리얼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한 두 작가의 작품에서 언재나 잊지 않고 연출되는 “인간”에 대한 고찰이 날카롭게 파헤쳐지며 단숨에 작품 속으로 몰입시켜 버린 채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생존”은 한계 상황에서의 치열함 보다는 보다 인간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어 추리적인 요소를 양념으로 또 다른 두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순간순간의 극적 긴장감 보다는 전체적으로 흐르는 듯한 느낌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충격적인 반전을 보여주었던 “고백”과는 달리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 하면서 작가의 휴머니티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후쿠모토 노부유키와 카와구치 카이지의 합작만화 “고백”과 “생존”은 이렇듯 언듯 보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지만 삶이라는 본질적인 요소에서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다. 상황 설정도 무대 배경도 작품 속에서 흐르는 시간적 개념까지도 모든 장치가 상이함에도 불구하고 연장선상에서 위치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이유 역시 같은 작가의 작품이기 보다는 두 사람의 작가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던 인간괴 삶에 대한 통찰력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폐쇄 공간 속에서 외부의 모든 것이 차단된 이틀 동안 누군가가 죽이기 위해 그리고 죽지 않기 위해 살아가기 위한 ‘고백’, 반년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고 남은 시간 안에 범인을 찾기 위한 수사를 해가는 ‘생존’… 두 작품 모두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심리적 한계 상황 속에서의 마이너스적 지배가 카와구치 카이지의 생생한 리얼함으로 연출 된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