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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라는 매체는 일반적으로 사진보다 보는 느낌이 약하다. 아무리 시각적인 효과를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극한의 데생력과 각종 기법을 활용해도 역시 사진만큼 사실적인 명확함을 보여주기는 힘들다.
마치 2차대전 당시의 다큐멘터리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아트 슈피겔만의 쥐는 극화체는 커녕 일반적인 만화체를 사용한 단순한 선화 위주의 그림으로 실사 영상 이상의 사실적인 느낌을 주고 있는 작품이다.
유태인=쥐, 독인인=고양이 등 알기 쉽게 의인화한 우화적 형식을 취하여 비유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상징을 나타내며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작품을 읽어나갈수록 의인화 된 동물들의 이미지와 작품 속 인물들이 일치되어 가는 과정은 책을 덮고 난 후에 강한 인상으로 기억된다. 흔히 접하는 만화에 비해 컷 구성이나 프레임 배치에 따른 미장센이 돋보이지는 않지만 일률적이면서도 미묘하게 불규칙한 배열은 작가에 의해 효과적으로 연출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소설적인 면이 강한 자전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에 더욱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실제로 2차대전 당시 유태인으로 억압받았던 경험을 지닌 아버지와 당시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로 아들에게까지 이어진 작가의 체험은 작품 속에서 진솔하게, 그리고 날카롭게 시대를 반영하면서 지면 위에 투영된다. 아버지의 경험담을 통한 액자식 구성에서 들려주는 시대의 단면들이 가족간의 이야기 속에서 과거의 단편과 현재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일상적으로 그려진다. 과거의 역사를 들려주고 현재에 그것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흔적을 밟아가듯 작가는 아버지의 과거와 아들의 현실의 세대를 메우면서 지금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거리감까지 함께 가까이 위치시키는 것이다. 단순히 적나라하게 비판하며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들의 모습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사회의 단면들을 통해 조용하지만 무게 있게 독자들에게 다가오게 만든다.
연출상의 큰 임펙트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변화만으로 강조 된 대사와 컷 구성은 일반적으로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림과 글이 혼재한 만화적 장점을 최대한 살려내는 연출과는 다르지만 그 때문에 더욱 효과적이다. 의인화 된 캐릭터들과 진솔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도 이 같은 연출을 통한 작가의 역량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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