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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은혼 11권을 보면서

sungjin 2007. 9. 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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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상이 남의 손에 의해서 펼쳐지게 된다는 사실에 누구보다도 안타까워하면서 영혼을 걸고 함께 나라를 위해 싸웠던 동료들은 양이전쟁이 끝난 이후 각자의 길을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작은 해결사 사무소에서 매일 빈둥거리면서 놀고 있는 듯 하지만 눈앞에 쓰려져 가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는 허망하게 잃고 싶지 않다면서 곧게 뻗은 자신의 영혼을 세우고 다니는 긴토키. 에도도 지구도 아닌 드넓은 우주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며 지금도 망망대해를 항해 중인 사카모토. 이제는 무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썩어빠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새시대를 열겠다는 가츠라. 그리고 여전히 힘으로 천인들이 지배하고 있는 나라를 무너뜨리고 말겠다는 다카스키.

이미 천인들의 세상이 되어버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서 여전히 자신들의 길을 묵묵하게 가고 있는 그들의 길은 어느 틈엔가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들 정도로 멀어져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번 권에서 어딘가 넓은 우주 한구석을 여행하고 있을 사카모토를 제외한 세 사람이 충돌하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길이 있고 신념이 있습니다. 나라를 위해 싸웠고 지금도 나라를 위해 자신만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걸어온 각자의 길은 결국 서로에게 검을 겨누게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코믹 에피소드 위주로 흘러가는 가운데서도 종종 뼈 있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진지함을 보여주었던 은혼이지만 11권에서 12권으로 이어지는 이번 에피소드는 특히 돋보이는 이야기입니다.

천인들의 세상 속에서 나라를 바로 일으켜 세우겠다는 같은 뜻을 가지고 다른 방법을 취했던 과거의 영웅들이 대립하게 되는 모습은 이제까지 몇번씩 진지하게 다루고는 있었지만 지나가는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는 느낌이였습니다. 하지만 이번 권에서는 본격적이라는 느낌입니다. 작품의 성격과는 다소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오히려 이제야 제대로 펼쳐지기 시작한다고 생각 될 정도로 전혀 어색한 감이 없이 절묘하게 은혼의 세계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작품의 깊이도 깊어졌을 뿐만 아니라 작가 특유의 센스와 스타일도 잃지 않은 채 여전히 변함없는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은혼 특유의 감동이 있습니다.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 오타에와 긴토키의 조금은 로맨틱한 장면을 통해서도 볼 수 있듯 이제까지와는 다른 색깔의 연출이 돋보이며 또 다른 잔잔함을 느끼게 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갈라설 수 밖에 없었던 가츠라와 다카스기, 검의 본질을 왜곡하면서까지 강함을 추구하게 된 나머지 도를 넘어서게 된 테츠야, 명분과 대업 아래 뭉친 사람들과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족쇄에 묶여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다리를 건너기 시작합니다.

이들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다음 권에서 밝혀지게 되지만 독자들은 그 결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까지 최대 스케일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이야기의 마지막이 어떻게 연출되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게 될까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2권이 더욱 기대되는 은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