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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원피스 11권을 보면서

sungjin 2007. 9. 24.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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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였던 벨메일과 영원한 이별을 고한 뒤 스스로 원수라고 할 수 있는 아론 일당의 일원이 되어 악착같이 돈을 모으고 있던 나미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 상태였을까요?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어깨 위에 짊어 진 채 한번도 마음 속 깊이 웃지 못하면서 철저하리 만큼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루피 일행과 함께 하던 나미의 얼굴을 보면서,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다시 한번 목숨을 걸고 아론 일당과 싸우려 할 때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다시 한번 돈을 모으겠다고 이야기하는 나미의 모습을 보면서, 결국 울분을 참지 못핸 채 루피에게 도와 달리고 이야기하면서 울고 있는 나미의 모습을 보면서 나미의 어깨에 짊어진 무게가 얼마만큼이였는지, 그리고 나미의 마음 속에서 얼마나 길고 긴 인내와 속박에 묶여 있어야 했는지, 아마도 작품을 감상하고 있는 독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였겠죠.

그렇기 때문에 나미가 오랜 속박에서 벗어난 순간 환하게 웃고 있는 장면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믿고 참아 온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 여전히 자신을 동료라고 불러주면서 목숨을 걸고 싸워 주었던 루피와 밀짚모자 해적단과 함께 항해를 떠나기 직전 환하게 웃으면서 다녀오겠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몇번을 다시 봐도 감동적입니다. 더 이상 아론 일당으로 지내면서 마음을 닫지 않아도 되고, 마녀라고 불리면서까지 자신을 속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으로 루피와 함께 동료라는 입장에서 모험을 즐길 수가 있으며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이였던 지도를 순수한 마음으로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나미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게 되겠지만 마음 사람들과 함께 그 동안 참고 견디는 전쟁을 해왔던 것에 비한다면 어쩌면 즐겁고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나미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는 사람 중 한분이였던 겐 아저씨가 항상 쓰고 다니는 모자에는 바람개비가 달려 있었습니다. 아기였을 때 울기만 하는 나미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겐 아저씨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였던 이 바람개비는 아론 일당이 된 이후 잃어버린 나미의 웃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었던 물건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겐 아저씨의 모자에 바람개비는 없습니다. 대신 벨 메일의 무덤 위에서 힘차게 돌아가고 있죠. 마음 속 깊이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나미에게 바람개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