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자미 하야토의 사이버 포뮬러는 사가에서 완결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머신과 함께 성장하면서 융합해가는 사이버 포뮬러의 주제는 사가에 이르면서 목표점에 도달해 버리고 말았던 것은 아니였을까요? 조금만 어긋나면 신경질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던 주인공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대신 어느 새 성인군자가 되어버린 하야토가 기술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성형에 근접하고 있었습니다. 더이상 하야토와 아스라다는 좌절과 시련, 영광의 나날을 함께 하며 울고 웃으면서 기적을 일으키지 않습니다.(이미 현 시점에서 과거와 같은 기적을 일으켜봐야 그것은 카자미 하야토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지 카자미가 만들어 내는 서키트의 기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덧 하야토는 20대에 접어든 성인이 되었고 '서킷의 제왕'이라는 별명과 함께 더이상 아스라다와 하야토의 드라마를 그리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이버 포뮬러의 다섯번째 시리즈인 "SIN"은 완성형에 근접해 버린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그것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등장한 존재가 "블리드 카가"였기 때문에 팬들은 또 다시 사이버 포뮬러에 빠져 들게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미 SIN에서는 이야기의 초점을 카가로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그것도 언제나 낙천적이고 전시리즈의 하야토같은 인격적인 결핍 하나 없는 캐릭터였던 카가의 성격까지 바꾸어 버리면서 말입니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고 이기고 싶다기 보다는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었을 뿐인 카가가 승리에 집착하고 다소 무거운 성격으로 등장하는 모습은 우리가 이제까지 알고 있는 블리드 카가의 모습은 아닙니다. 하지만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이유는 예전에 극복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던 "제로의 영역"을 극복한 하야토가 떡하니 사이버계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작품 속에서 카가가 언급했다시피 자신은 도망쳐버린 벽의 건너편에 있는 하야토의 모습은 극복하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카가 자신의 숙제를 가르쳐 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SIN에서는 철저하게 주변 캐릭터들은 배제되고 카가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머신과 함께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도 아니고, 사이버 포뮬러를 통해서 인연을 맺게 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이야기도 아니며, 레이서들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카자미 하야토가 주인공이였던 사이버 포뮬러의 블리드 카가의 이야기니까 말입니다. 주변 설정은 카가의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한 소품에 불과하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이전 시리즈에 비한다면 주변 캐릭터에 대해 꽤나 소홀한 편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이 끝나면 못다한 이야기가 있기 마련이고 상대적으로 인기에 비해 출연이 적어 아쉬운 캐릭터를 위해 번외편을 그리기 마련입니다. 이번 시리즈는 바로 사이버 포뮬러의 번외편 정도에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봐도 관찮겠죠. 성인군자가 되어버린 카자미 하야토와 무언가 불안정한 모습의 블리드 카가, 머신과 함께 성장해 가는 소년의 이야기도 없는 사이버 포뮬러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이 시리즈에서도 팬들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방황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카가(이전까지 발표된 시리즈를 생각한다면 말입니다.)에게도 시련과 좌절이 있으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이 카자미 하야토 때와는 다른 감성적인 연출을 통해서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