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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섹스(SEX)

sungjin 2007. 9. 2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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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조 아츠시의 작품은 스타일리쉬하다. 야자와 아이의 작품처럼 반짝임을 가득 담은 화려함을 통한 비쥬얼함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고 이노우에 타케히코의 작품처럼 극한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치밀한 데셍에서 나오는 힘도 없다. 하지만 다른 작품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는 독특한 흑백의 카리스마가 화면 가득 담겨 있다.

그리고 카미조 아츠시의 작품은 일탈과 파격이 넘치고 있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독자들의 지지를 얻기에는 부족하다. "토이"가 카미조 아츠시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카미조 아츠시의 숨겨진 '개그 센스'가 카미조 아츠시의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이 연출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연예계라는 곳을 무대로 펼쳐진 이야기였기 때문에 다소 파격적이고 일탈적인 행동들이 난무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섹스'야 말로 카미조 아츠시의 대표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적X흑'이나 '8'와 같은 작품 못지 않은 일탈과 파격의 질주 속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를 살려내면서도 나름대로 대중적인 인기도 모았고 팬층의 열광적인 지지도 얻었던 작품이니까 말이다.(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토이'의 경우 카미조 아츠시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연출은 좋았지만 보다 대중적인 코드에 맞춘 모습이기 때문에 오히려 카미조 아츠시의 작품 세계에서 아~주 조금 벗어난 듯한 느낌도 들었다.)

강렬한 흑백의 효과 매끈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펜선, 그리고 온갖 분위기는 다잡은 듯한 화면 구성은 흑백의 쟈켓 표지와도 같은 느낌을 줄 정도다. 스토리 전개상의 개연성도 부족하고 어정쩡한 이야기의 반복만을 순환시키기 때문에 별다른 흥미를 유발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만화를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그리고 만화를 많이 접한 분들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지 않을까?) 이유도 넘쳐나는 스타일리쉬함만으로도 충분히 독자들을 사로잡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날려버려라!"

이 말은 카미조 아츠시의 또 다른 대표작 "토-이(TO-Y)"에서 나왔던 구절이다.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따분함을 날려버리기 위한 자극을 원하는 듯한 이 문구는 '섹스'라는 작품에 더욱 어울리는 듯한 문구가 아닐까 생각한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일탈과 파격의 질주라는 것은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등장인물의 캐릭터성에서부터 그들의 삶의 방식과 사고관, 그리고 작품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작품 스타일까지 지루한 일상에서 한바탕 불꽃이라도 터트릴 듯한 기세로 흑백의 화면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쿨~한 정도를 넘어서 차갑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얼음같은... 정적인 흐름 속에서 한순간 터지는 듯한 느낌. 순간 순간의 멋진 화면을 위해서 그려나가는 듯한 스타일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