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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철완 버디(리뉴얼판)

sungjin 2007. 9. 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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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키 마사미는 국내에서 가장 저평가 받고 있는 작가 중 한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 현지에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네임밸류라든가 이제까지 유키 마사미가 발표한 작품들이 거두었던 성적 등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고서라도 그가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통해 쏟아지는 찬사를 감안한다면 국내에서는 패트레이버의 작가 정도(그나마 이렇게 알려진 인지도 역시 단행본 판매와 직결되지 않고 있다.)로만 입에 오르내리며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아시다시피 철완 버디는 과거 유키 마사미가 소년선데이를 통해 연재하다 흐지부지 종영된 작품이고 오히려 국내에서는 카와지리 요시아키 감독에 의해서 제작 된 4부작 OVA로 더욱 많이 알려져 있다.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독자들도 '유키 마사미가 과거에 연재했던 작품을 새롭게 부활시켜 다시 연재하는 구나!'라는 정도의 반응이 전부다.

이미 유키 마사미는 초기시절 선보인 '궁극초인 알'과 '철완버디(오리지널판)'를 통해서 특유의 작가 센스를 타고났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패트레이버'와 '그루밍업'을 거치면서 스토리의 강약을 조절하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닌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쿠니에'에서 좌절도 겪었지만 오히려 쿠니에의 시원찮은 반응이 한층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아니였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금 이야기 할 '철완 버디(리뉴얼판)'라는 최고의 작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으니 말이다.

지구에 잠복한 흉악 테러리스트, 크리스테라 레비를 체포하기 위해 지구에 온 우주 경찰관 버디. 수사 중에 실수로 민간인 소년 츠토무를 사살하고 만 버디는, 츠토무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 안에 츠토무의 의식을 이식한다. 한 몸 안에서 함께 생활하게 된 여경찰과 소년은 이심동체로 수사를 계속하게 되는데...

한 몸에 두 개의 인격이 생활하는 정의의 히어로 물? 그렇다면 학교 생활 도중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 영웅물도 아니고 한몸에 두 개의 마음이라는 설정을 이용해 벌어지는 사건들이 주를 이루는 작품도 아니다 만일 그랬다면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겠지만 그렇기 않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는 작품이 되고 말았다.

이 작품은 약간 비껴 나간 시점에서 출발한다. 츠토무는 세상을 구하기 위한 정의감보다는 어떻게든 본래 자신의 몸을 빨리 찾고 귀찮은 일에서 해방되고 싶어한다. 될 수 있으면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기 노력하는 츠토무는 물론이고 버디 역시 츠토무의 일상을 지키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 서로가 서로의 일상을 유지하려고 하는 재미없는 나날을 보내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조금씩 츠토무의 일상은 파괴되기 시작하고 버디의 생활 역시 처음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유키 마사미의 뛰어난 점은 이 작품에서 츠토무의 일상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이 지극히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것이다. 급박하게 흘러가는 사건전개도 없고 예상치 못했던 엄청난 스토리상의 반전도 없으며 새로운 매인 캐릭터들이 순식간에 떼거지로 등장하는 일도 없다. 그저 당연하다는 듯 하나씩 하나씩 캐릭터가 등장하고 차근차근 계단을 밝고 올라가는 것처럼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렇다면 전개가 다소 느리지는 않을까? 놀랍게도 이 작품은 많은 내용들을 담고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혀 처진다거나 읽기에 벅차다는 느낌 없이 적당하게 말이다. 청년지에 연재하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잔인한 면도 있고 시리어스하게 흘러가는 느낌도 있지만 작품 중간 중간 적절하게 분위기를 살리면서 가라앉기 쉬운 작품의 무게를 덜어주고 있어 감상하기도 부담이 없다. 작가는 작품의 밸런스를 유지하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의 매력은 바로 이야기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버디와 츠토무가 몸을 공유하게 된 이후부터 몇 가지 사건들을 거쳐 지구와 외계의 사건으로 확대되기까지 보여준 많은 이야기들이 프롤로그 격에 불과할 정도다. 1권만 보고 이 작품의 예측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규모로 이야기의 무대가 확대되기 시작하고 보는 이들은 더욱 작품에 대한 흥미도와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

아마 가장 충실하게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균형 있게 전개되고 있는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철완 버디를 선택할 것이다. 무리하지 않고 '딱' 알맞게 정보를 담아 읽기 좋을 정도로 연출해 내고 있어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새로운 사건들이 전개되더라도 혼란스럽다거나 난잡하게 느껴질 일이 없이 보는 사람들의 감탄사를 연발시킬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