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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은혼 1권을 보고

sungjin 2007. 9. 24.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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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깔끔한 편이지만 아직 미숙하고 액션 장면의 임펙트도 부족하다. 작품의 퀄리티도 웬지 허~한게 정성이 없는 느낌이 있으며, 스토리 전개도 전체적으로 완성되다만 퍼즐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작품 곳곳에서 센스가 넘친다. 제목 하나 하나에도 스타일리쉬한 맛이 느껴지며 사소한 대사나 연출에도 탁월한 재치가 발휘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약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것은 반대로 이 작품은 현재의 모습보다 훨씬 발전해 갈 수 있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테크닉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차차 경험을 쌓으면서 충분히 보완 할 수 있다. 이미 작품 초반부터 보여지는 순간적인 기지와 재치 등 개그 센스는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다. 정작 작가 자신은 사는 것 자체가 귀찮다고 하지만 실제 작품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근성과 고집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시대적인 배경은 막부말기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하지만 SF적인 냄새를 풍기는 우주선과 외계인들, 스쿠터를 타고 다니며 고글을 쓴 은발의 주인공,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 TV를 보면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아나운서와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자동차, 자판기와 같은 현대의 상징물처럼 일컬어지고 있는 물건들이 존재하고 있는 모습들은 단순히 퓨전환타지물 정도로만 취급하기에는 독특한 스타일을 느끼게 한다. 외계인들의 의해 개화기를 맞이한 사무라이 국가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고 얼무버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좀처럼 느끼기 힘든 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통적인 막부의 생활양식과 현대적인 생활양식들, 그리고 SF적인 모습들이 섞이면서 웬지 언밸런스하다는 느낌이지만 의외로 감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나 뿐만을 아닐 것이다.

"이것들아, 테러할 시간 있으면 똥개산책이나 시켜", "곱슬머리치고 악한 녀석 없다" 등등 각화의 제목들은 물론이고, 대사 하나 하나에도, 지나치는 건물의 글씨 하나 하나에도 재치를 발휘하면서 예측을 불허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권말에 수록되어 있는 데뷔작 '댄디라이언'에서도 느낄 수 있듯 소라치 히데아키의 재능은 감탄을 자아낼 정도이다. 같은 소재라도 소라치 히데아키가 그리면 엉뚱하게 전개될 것이다. 돌발적인 개그 연출은 작품에 더욱 힘을 실어 줄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 있는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는 편집부의 말은 절대로 듣지 않는 방향으로 작품을 그리는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이 ‘은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소년점프 편집부의 위치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점프의 노선을 충실하게 따라갈 만한 작품도 아니다. 때문에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소라치 히데아키는 아직 신인이고, 이 작품은 작가의 첫 번째 연재작이다. 국내에서는 이제 겨우 단행본 1권이 발행되었고, 일본 현지에서도 연재를 시작한지 막 1주년(2004년 주간소년점프 2호부터 연재 시작)이 되었다. 다소 미숙한 면이 보이더라도 실망감이 아니라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다. 주간 연재라는 살인적인 스케쥴 속에서 작가 마음대로 펼쳐질 앞으로의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더욱 발전할 작품의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품은 충분히 독자들을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