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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 3일 발행된 코믹챔프 32호를 통해서 드디어 연재 600회를 맞이하게 된 검정 고무신입니다.

코믹 챔프의 전신이였던 소년챔프 시절부터 꾸준하게 인기를 모으면서 한국 만화 사상 최다 연재 기록을 세우기도 하였으며 10년이 훌쩍 지나버린 지금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쩐지...저녁만큼의 폭발적인 인기 몰이도 없었고, 슬램덩크나 타이에 대모험에서부터 원피스나 나루토에 이르는 일본 만화는 물론이고 붉은매나 블랙터치 등과거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수많은 소년챔프의 걸작들이나 최근 연재중인 리버스나 리캐스트 같은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서도 잡지내 인기에서 밀리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지금 책장에서 검정 고무신 한권을 꺼내어 맨 뒷장을 펼쳐보니 무려 "21쇄"라고 적혀 있습니다. 물론 소량으로 출판하여 여러번 다시 찍어낼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 2쇄도 찍어내기 힘든 국내 만화 시장을 고려한다면 놀라울 만큼 대단한 수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갈수록 화려해지고 세련되어 가고 있는 그림체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너무나 볼품없어 보이는 그림체, 무언가 흥미진진하게 긴장을 유지시켜줄만한 사건들이 전개되는 작품도 아니고 겨우 30년전 웬지 허름해 보이는 서울의 마포를 무대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주변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추억속의 사건들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이빈님의 '안녕! 자두야'라든가 사쿠라 모모코의 '꼬마 마루코짱' 같이 현재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 우리 일상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제는 TV 속에서나 나올법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어른들의 추억속 이야기 정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검정 고무신은 수많은 인기작들이 챔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는 동안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면서 지금도 꾸준하게 사랑 받아오며 코믹챔프의 확실한 고정작으로 당당하게 연재되고 있습니다. 폭발적인지는 않지만 조금씩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끌어당기면서 말입니다.  

바로 이 작품에는 세대를 넘어서 읽는 이들을 아련한 그리움으로 접어들게 하는 진솔한 이야기들이 그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항창 시절과도 다르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겪었던 일상과도 다른 모습이지만, 기영이와 주변 사람들이 들려주는 여러 가지 삶의 모습들은 분명 우리가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투박하고 볼품 없어 보이는 그림과 사건 속에서 전해오는 삶의 모습들은 다른 작품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소중한 것들을 전해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기영이의 모습은 세대와는 상관없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유년기의 소중한 추억의 앨범이며 검정 고무신의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들은 문명의 이기를 누리게 되면 될수록 잃어버리고 있는 따스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환타지든 액션이든 시대가 지나면 유행도 바뀌어 버리고 따라서 흐름에 뒤처지면 어느 사이엔가 사라져 버리게 됩니다. 과거 코믹 챔프에서 연재 된 작품 중에서 검정 고무신 이상의 인기를 누렸던 작품들은 수없이 많이 존재하지만 12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변함없이 독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코믹챔프의 연재작은 오직 검정 고무신 하나입니다.

국내 만화계를 대표하는 잡지인 코믹챔프의 살아 있는 역사와도 같은 존재인 검정 고무신이야 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코믹챔프를 대표하는 아니 국내 만화를 대표할 수 있는 소중한 작품이라고 추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