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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파인애플

sungjin 2007. 9. 2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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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캐스트를 비롯하여 AI헌터, 팬텀 아드레날린 등 2002년 이후 코믹챔프는 끊임없이 새로운 신인들과 신작들을 발굴해 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작품들이 의의를 가지는 것은 단순히 어려운 만화계에 활력을 넣어 주는 신인들이라는 점이 아니라 하나같이 해외 수출에 성공함으로써 또 다른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반면 2004년도에 새롭게 등장한 신예 박광현님의 "파인애플"은 아직 코믹챔프 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코믹챔프가 탄생시킨 다른 신작들처럼 해외 수출이 이루어진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현재 코믹챔프에서 가장 즐겁게 보고 있는 작품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일반적인 코믹 잡지에 연재되는 4컷만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작품 역시 전형적인 기승전결로 이어지는 구성보다는 어느 정도 큰 스토리의 흐름을 유지하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4컷만화의 기본적인 형식과 틀은 유지하면서 말입니다. 매회 완결되는 연작 개그나 2~4페이지 정도의 짧은 쇼트 코믹물과도 다른 4컷만화의 매력도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굳이 4컷만화라는 것데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만화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최고의 얼짱(?)일지도 모르는 방구를 비롯해, 리본 매니아인 나무, 코믹챔프의 심의 기준을 넘어서는 험한 말의 소유자 봉달이 등 다양하고 개성이 있는 캐릭터들이 간판만 "만화부"라고 떡 하니 있는 동아리에서 펼쳐지는 엽기적인 코믹 퍼레이드는 보는 내내 웃음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또한 지극히 만화적인 설정과 내용으로 무장하고 기발한 반전과 재미와 함께 학교 생활 속에서 누구나 공감(?)해 보았을 내용들, 그리고 우리들의 생활들을 소재로 하여 펼쳐지고 있기 때문에 아즈망가 대왕이나 우리집 같은 일본의 4컷만화 라든가 저수지의 개들이나 마재권님, 석동연님의 4컷만화에서는 느끼기 힘든 또 다른 매력을 주고 있습니다. 이 것은 이 작품이 '코믹챔프'에서 연재되고 있으며 또한 학원물의 컨셉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다지 실험적인 연출이나 내용도 없고, 쇼킹하거나 악질적인 개그가 있는 것도, 폭소탄을 연발하는 코믹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부담없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파인애플'은 쌍떡잎식물 분질배유목 파인애플과의 상록 여러해살이풀 "pineapple"이 아니라 사과 한쪽이 깊게 패인 '파여진 사과'라는 뜻입니다. 작가의 말처럼 아주 달고 맛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파인 사과처럼, 수많은 이야기가 필요해 4컷 만화를 꺼려했던 제 시선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 거기에 도전하는 제 각오와 작가의 센스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제목만큼이나 기발한 재미가 담겨 있는 작품이 바로 '파인애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