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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배가본드

sungjin 2007. 9. 24.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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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연재 시작전부터 굉장히 화제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슬램덩크"로 너무나 유명한 이노우에 타케히코가 새로운 작품을 연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화제거리가 되었겠지만 당시 이 작품이 집영사가 아닌 강담사의 "모닝"을 통해서 연재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 학산문화사의 "부킹" 창간과 함께 작품이 연재된다고 하며 기대치를 상당히 부풀려 놓았던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대하였습니다. 슬램덩크가 끝난지도 2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슬램덩크"의 감동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들 사이에서 누워있는 주인공 타케조의 모습은 압도적이였습니다. 절정에 달한 이작가의 그림체가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실망했다고 한다면 실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원하던 작품은 아니였습니다. 슬램덩크 때처럼 화려한 플레이와 함께 숨막힐 듯이 긴장되는 시합의 연속, 그리고 그런 와중에서 긴장의 끈을 느슨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절묘하게 폭소탄은 던져주는 연출과 언제나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뜨거운 감동을 기대하고 있던 전 이런 작품을 원했던 것이 아니였습니다.

아마도 전 제2의 슬램덩크를 배가본드에서 기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때문에 슬램덩크의 매력 중 하나인 긴장의 이완을 기막히게 조절하는 폭소탄도 없고 한없이 무거워지기만 하는 배가본드에서 다소 실망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슬램덩크가 아니라 배가본드였습니다. 제2의 슬램덩크가 되어봤자 그건 슬램덩크보다 못한 슬램덩크가 될 수밖에 없겠죠.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점점 이 작품에 빠져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슬램덩크의 그림자를 치워버리고 나니 그동안 배가본드에 대해서 너무나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작품은 최고의 작품성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그동안 이 작품이 수상한 수많은 만화상을 비롯하여 엄청난 단행본 판매고가 말해주듯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 무사시가 강자들을 하나하나 물리쳐 나간다."라고 한마디로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중요한 것은 그 과정과 그 것들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해지고 싶다라는 인간의 가장 순수한 욕망 중의 하나를 주제로 보여주는 내면의 심리묘사와 갈등 구조는 물론이고 강하다는 것에 대한 너무나 식상해진 물음을 던지고 있지만 너무나 감탄을 자아내게 할 수밖에 없는 연출은 작품을 읽고 있는 독자들까지도 작품 속에 빠져들게 할 정도입니다.

칼과 칼이 부딪히는 순간 흐르는 전율은 물론이고 대사로 말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긴장감과 마치 혼이 부딪히는 듯한 액션 연출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정적이면서도 압도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액션장면은 슬램덩크 때의 화려한 플레이와는 전혀 다른 깊이 있는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검에 삶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모습은 권투에서 사각의 링에 인생을 압축시켜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는 검에 비유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제는 절정에 달한 작가의 그림도 작품을 즐기는 재미 중 하나입니다. 특히 인물은 물론이고 세밀한 배경들은 마치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정말 한 장 한 장 떼어내어 전시해도 충분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말입니다.

인물들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 하나는 물론이고 작품을 통해서 펼쳐지는 배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그림 뿐 만이 아니라 캐릭터 하나 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