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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새 - 태양편

sungjin 2007. 9. 24.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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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야기할 "태양"편은 원작자 테즈카 오사무의 사망으로 불새시리즈의 마지막이 되고 만 작품입니다. 불새 시리즈의 특성상 아마 "현재"편으로 완결되었어야 정상이지만 어쨌든 마지막입니다.

배경은 신라가 당나라와의 연합군을 결성하고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660년대입니다. 바로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인 이누가미는 백제인입니다. 나당 연합군과의 전쟁에 패한 후 많은 사람들이 백제에서 왜로 건너갔다고 합니다. 이누가미 역시 왜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파란만장한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일본의 토착신과 외부로 들어온 불교라는 종교의 신들 사이에 벌어지는 싸움 속에서, 그리고 권력과 맺어진 종교로 인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누가미를 통해 보여주는 삶과 생명의의 메시지는 1부 "여명"편부터 계속해서 테즈카 오사무가 보여주고자 했던 들려주고자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동시에 이누가미는 천년 후의 미래 세계에서는 스구루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킬러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이 때의 미래 세계 역시 빛의 일족과 그림자 일족이라는 두 개의 신앙 사이에서 종교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불새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테마와 주제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동안 테즈카가 홀수 번째 시리즈는 과거의 이야기를, 그리고 짝수 번째 시리즈는 미래를 배경으로 서로 대비시키며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이번에는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오가며 들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뭔가 거창하게 들리는 것 같은데 사실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작품의 주제나 테마 등이 아니라 이누가미가 여행을 떠나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결국 늑대의 얼굴이 벗겨지고 본래의 얼굴은 찾은 이누가미가 벼슬자리를 거절하고 할멈과 함께 유랑을 하는 장면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인간의 얼굴을 찾음과 동시에 서로 사랑했던 이누족의 마리모와의 연이 끊어졌다는 것이 밝혀졌을 때... 그리고 그들의 연은 천년의 시간을 통해 서로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여 다시 맺어지는 부분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흘렀습니다.  

불새의 피를 얻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음에도 이를 거절하는 이누가미, 그리고 마을 위해서 헌신하며 사람들에게 그토록 존경받던 이누가미, 백제인이면서 인간도 이누족도 아닌 중간의 경계에서 흐림 없는 눈으로 세상을 보던 이누가미의 모습은 본래 인간의 얼굴을 찾고 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유랑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뭔가 말하기 힘든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누가미와의 연이 끊어진 마리모의 모습을 보면서 역시 이번에도 비극으로 끝나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천년 후 서로 다른 인간으로 환생하여 다시 맺어지고 불새가 마중나온 장면을 보면서 "여명"편 마지막에 불새가 다시 찾아 왔을 때의 느낌은 여명편 마지막 장면에서 느꼈던 것과 같았습니다. 결국 언제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었던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불새 시리즈의 마지막이 되어버린 작품이지만 마지막을 장식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PS 과연 내가 이 거장의 작품을 얼마만큼이나 이해하고 있을까?

불새 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 만큼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작품 세계, 주제, 깊이는 너무나 훌륭해서 뭐라고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태양"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토리를 이야기하라고 한다면 순식간에 이야기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고 한다면 머뭇거리게 될 것입니다.  

완벽한 소화를 무리라도 가슴에 와닿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제게 있어서는 너무나 벅찬 작품임에도 재미와 감동을 느끼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과거와 미래를 오고가는 스구루와 이누가미의 이야기와 작품에서 전해주는 주제, 테마는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즈카 특유의 스타 시스템과 실험적인 연출, 언어 유희 등은 지금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입니다.

왜 이 작품이 테즈카 필생의 역작이며 최고의 걸작이라고 불리는지 작품을 읽어보신다면 왜 그런지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단숨에 불새라는 작품에 빠지게 될 것이며 동시에 테즈카 오사무라는 거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