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NOTE

드래곤볼 by 토리야마 아키라

sungjin 2007. 9. 24. 13:47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닥터 슬럼프에서 보여주었던 만화적 상상력이 담겨 있는 그만의 환타스틱한 토리야마 월드는 상업적인 히트는 물론이고 평론가들의 호평 속에 단숨에 그를 최고의 작가로 부상시켰다. 동시에 순간의 재치와 기지가 넘치는 센스를 통해 탁월한 재능을 보여주며 천재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차기작으로 선보인 드래곤볼은 후반부로 갈수록 닥터슬럼프의 노선을 비겨나가게 된다. 동화적 환타지가 돋보이는 초반부에서는 무엇이든 존재하고 무엇이든 가능한 만화적 상상력이 극대화 된 토리야마 월드가 구축되어 있기는 하나 보다 모험적인 스토리를 통해 일회성 에피소드가 아닌 비교적 길어진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발한 발상 속에서 나오는 가지각색의 아이템과 상식의 파괴, 순간순간 번쩍이는 개그 감각은 변함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며 천하제일무슬대회 같은 본격적인 대전 액션물을 그려나가고 있음에도 특유의 팬시형 캐릭터와 분위기를 잃지 않았다. 특히 팬시형 캐릭터를 통해 그려내는 액션 연출의 타격감은 일반적인 극화체풍의 그것 이상으로 임펙트 넘치는 타격감을 연출해 내며 액션 연출에서도 작가적 재능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본격적으로 격투 액션의 비중이 높아지는 후반으로 진행 될수록 독자들은 더욱 열광하게 된다. 화면 밖으로 터져 나올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액션 연출의 임펙트, 단순화 되어 있는 선으로 그려진 캐릭터들과 배경 묘사만으로도 화면을 채워 내는 공간감, 결정적인 순간 만들어내는 멋진 하일라이트 장면은 읽고 있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였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재미의 힘은 더욱 매력적이였다. 전형적인 점프식 에스컬레이터 구도 방식을 통한 배틀 대전임에도 누구하나 지루하다거나 뻔하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유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극적인 전개가 언제나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아니 충분히 예상하고 있다 하더라도 작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매번 재미있게만 느껴졌다.

84년 세상에 첫선을 보인지 연재가 종료되는 95년까지 11년간 절대적인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지만 더욱 놀라운 사실은 연재가 종료되고 난 이후에도 현재의 인기작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의 제작사인 토에이 애니메이션 매출부문에서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하였으며 완전판으로 새롭게 재발행된 단행본은 상당한 고가임에도 수천만부가 팔려나가고 있었다. 작품이 연재 되던 시절 매주 한회 한회 기다리며 친구들 사이에서 드래곤볼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세대는 물론이고 다음 세대에서도 변함없는 재미를 선사하며 일시적 유행이나 흐름에 반짝하는 작품이 아니라 세월을 넘어 세대를 넘어 변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을 가진 작품이라는 사실을 증명시켜주었다.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 받고 있는 이유 역시 드래곤볼이라는 작품이 이룩한 각종 상업적인 성공과 기록이 아니라 바로 이 점 때문은 아닐까 생각한다. 작품이 이룩한 갖가지 출판 기록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선사해 주었던 재미와 감동, 그리고 신작 작가들과 만화계에 미친 영향력을 생각할 때 아마 다시는 나오기 힘든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드래곤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