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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속수무책인 나랑 키스하자

sungjin 2023. 11. 6. 13:03

죄에 젖은 두 사람의 성공 이후 꾸준하게 성인여성 취향의 멜로드라마를 양산하던 키타가와 미유키는 그 남자, 운명이니까를 통해 경쾌하고 유쾌한 로맨틱 코메디의 즐거움을 선사하였다. 하지만 그 남자, 운명이니까의 미지근한 반응은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죄에 젖은 두사람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소토오리히메가 저지른 죄는 친형제를 사랑한 것.”

피를 나눈 누나와 동생의 금단의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다시 한번 작품을 관통하기 시작한다. 작품 속에서는 좋아하는 감정을 감추고 있음에도 두 사람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대기업 재벌 후계자, 남동생을 사랑하는 남자 동창생의 존재 등 아이를 둘러싸고 있는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남자 캐릭터들 간의 인연 고리는 작품 속에서 자연스럽게 위치하게 된다. 어떠한 작위적인 설정로 허용 될 수 밖에 없는 키타가와 미유키의 마법이 다시 한번 독자들을 매료시켜 버리면서 죄에 젖은 두사람의 느낌은 사라지고 속수무책인 나랑 키스하자라는 작품에 빠져들게 된다.

부서지기 쉬울 정도로 섬세한 감정의 파편들이 곳곳에서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좋아하는 마음을 숨길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21세기 키타가와 미유키의 작품에서 언제나 보아오던 안타까움과 애절함이 느껴진다. 중독성 짙은 성인 멜로 드라마는 개연성이나 현실적인 상황은 아랑곡 하지 않고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을 사로잡게 된다.

이 작품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유쾌하고 경쾌한 좌충우돌 티격태격 로멘틱 코메디는 철저하게 배제된다. 그렇다고 죄에 젖은 두 사람시절의 파국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처절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후회없이 사랑해만큼의 가벼운 느낌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그녀가 발표하였던 작품들의 스타일이 혼재 된 경계선상에서 작가는 새로운 형태로 반복되는 변주곡 같은 느낌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시켜 나간다. 전작이 초기 작품 세계관에서 느껴지는 통통 튀는 듯한 발랄함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주었다면 이 작품에서는 다시 한번 금단의 사랑이 향해가는 불행을 향해 가는 중독성을 전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이 느껴질지도 모르는 작품이다. 하지만 키타가와 미유키의 펜선이 자아내는 매력이 유효하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소녀코믹을 거쳐 치즈와 Petit comic으로 작품의 연재 잡지의 변경만큼 자연스럽게 바뀐 작가의 작품 세계는 여전히 중독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