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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sungjin 2023. 10. 1. 12:56

하루키니까…”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라는 제목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이름이 먼저 생각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하루키의 작품은 이제까지 발표해왔던 하루키의 세계 속에서 변주곡처럼 반복되어 왔기 때문에 신작이 나왔다고 특별히 경이로운 체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독자들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도시와 불확실한 벽을 감상하는 동안 하루키니까…’라는 관성의 법칙에 자연스럽게 올라타게 된다. 이제까지 보여주었던 하루키의 작품답게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선상에서 기---결로 이야기의 매듭을 묶지 않고 중간에 놓쳐버리는 결말, 현학적인 듯하면서도 의외로 간단하고 쉬운 문장과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가오는 모호함은 기묘한 매력을 지니면서 독자들을 끌어당긴다. 변주곡에 불과한 하루키의 신작이라는 것을 인지하지만 어느 새 하루키 특유의 중독성에 빠져들게 된다.

좋아하는 소녀에게…”

소년과 소녀의 만남에서 전해오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감성들이 반짝거린다. 성적인 묘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마술적 리얼리즘의 색체를 지닌 순애보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페이지 곳곳에 가득 담겨 있는 소년과 소녀의 감정들이 조금씩 조금씩 독자들에게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림자일 뿐…”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역전시키면서 몽환적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꿈을 읽는 주인공, 그림자와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영원의 도시, 환상과 현실이 부딛히면서 만들어내는 도시의 세상은 비현실이 아닌 또 하나의 현실처럼 다가와 현실 위에서 자연스럽게 위치하게 된다. 이제까지 늘 펼쳐내었던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하루키 월드를 다시 한번 매력적으로 그려내면서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나와 나

소녀와 소녀의 이름은 마지막까지 나오지 않는다. 현실과 환상을 오고 가며 지극히 제한된 사람들과의 인연 안에서 완성해 낸 이 작품은 철저하게 하루키 특유의 알수 없는 메타포로 채우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시에 살고 있는 문지기의 존재, 환상의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 그리고 현실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소년과 소녀의 그림자, 현실의 세계에서 환상의 도시로 간 꿈을 읽는 서번트 증후군 소년, 현실에서 만난 비현실적인 도서관 관장 등…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묘사한 세계는 무엇하나 뚜렷한 정의를 내리지 않음에도 호기심을 가득 채워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이후에서 한동한 생각에 잠겨 있게 한다..

작품을 읽기 전작품을 읽으면서.. 그리고 작품을 다 읽고 난 후그리고 다시 한번 첫 페이지를 펼치더라도

수백페이지로 구성된 작품 속에서 하루키는 마지막까지 모호한 경계선에서 매듭을 짓지 않고 이야기를 맺는다. 마지막 매듭은 독자들이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는 형태로 마무리 되지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느낌보다는 이후에 풀어가야 할 매듭의 형태를 자유롭게 상상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언제나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다시 한번 언급하게 된다.

하루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