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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안녕, 에리 by 후지모토 타츠키

sungjin 2023. 9. 18. 17:20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작가에 대해 미안해질 정도로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전해주는 경험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한 이야기 속에서 후지모토 타츠키는 만화라는 매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황당함과 당황스러움이 만화적 엉터리로 포장되는 특유의 이야기 전개방식이 강력한 흡입력을 지니게 되고 어느 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마치 영화 같은 느낌으로 흐르는 이야기 전개는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도 독자들에게 물음표를 남긴 채 마무리 되지만 완벽한 이야기의 완결성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작품을 음미하게 만든다.

주인공의 현실은 여기까지였는가? 그렇다면 여기서부터는 환상인가? 에리의 말이 맞다면 여기서부터 현실인 건 아니야? 그렇지 않다면 에리의 말은 모순이 될 수 밖에 없잖아?

놀라울 정도로 완벽하게 현실과 환상의 부딛힘을직사각형의 프레임 속에서스마트폰 너머의 세상을 펼쳐내었다. 전통적인 가변적 칸과 프레임이 아닌 영화와 같은 일정한 앵글 안에서 그려나간 이 작품은 만화라는 형식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후지모토 타츠키가 지닌 영화적 감각과 만화적 감각을 증명시켜 주었다. 만화라는 매체에서 영화적 연출을 이런 방식으로 녹여 낼 수 있는 거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 정도로 안녕, 에리에서 후지모토 타츠키가 전해주는 경험은 신선함과 독특함을 넘어선 가능성의 영역에서 보는 이들을 감탄시킬 수 밖에 없었다.

환상 속 샹냥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이 묘사되지만 안경에 교정기를 끼고 있는 현실 속 에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너머를 통해 촬영한 세상은 현실과 환상이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면서도 정작 작품 속에서 현실과 환상은 경계를 허물어버리 채 마지막까지 모호한 형태로 마무리 된다. 작가가 구축한 환상과 현실의 부딛힘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이상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었다.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는 전개지만 그 이상으로 작품에서 구축된 현실과 환상의 부딛힘이 반할 수 밖에 없는 작품으로 다가온다.

재미있어요! 감동적이였어요!라는 말로는 평가할 수 없는 매력으로 채워진
작품에 대한 호평을 넘어서 작가에 대한 찬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안녕, 에리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재능이 만들어 낸 만화가 줄 수 있는 또 다른 경험이기 때문에 반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리고 후지모토 타츠키의 재능에 감탄사를 내지르게 만드는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