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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만신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 인용되었던 단어는 작가의 작품에 대한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초반에 보여주었던 기대감이 작품의 이야기가 길어지고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짧게 끊어지는 이야기의 완결성을 지니고 있을 때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은 최고의 즐거움을 경험시켜 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신뢰는 만화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은 무조건 믿고 소장한다!라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학생시절부터 구상하고 그려왔던 단편들을 모은 두권의 단편집 ’17-21’’22-26’을 감상하면서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지닌 강력한 재미의 힘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아님에도 기상천외하게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예측하지 못한 형태로 펼쳐진다. 외계인이나 초능력자, 악마 등과 같이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수 밖에 없는 SF, 환타지의 설정이 아니더라도 작가는 일상의 학원물의 세계관 속에서도 뜬금없이, 아니 당황스러울 정도로 이야기의 흐름을 비틀어 버린다. 1화 만신이라는 별명 답게 시작부터 강렬한 이야기를 당황스럽게 펼쳐나가는 이야기는 재미있어요!, 감동적이예요!라는 상투적이지만 본질적인 경험이 아니라 기묘한 감정과 느낌표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독특하고 색다른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한다. 때문에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에 대한 느낌을 각인 시키게 된다.

무엇보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낯설음이 익숙함으로 이어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낯설음을 경험시켜 주기 때문에 작가의 단편집을 감상하는 동안의 두근거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두권의 단행본에 수록된 8편의 단편들을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 특유의 공통분모를 지니면서도 소재의 차별성과 이야기 구성의 차별성을 통해서 새로운 단편을 읽을 때마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초반에 전해주었던 강렬한 인상이 마지막가지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작품에 대한 평가를 긍정적으로 내리게 된다. 흔히 작품에 대한 평가를 함에 있어서 그림이나 연출, 스토리텔링이나 구성, 기타 만화적 연출(칸과 칸, 프레임, 효과음 등)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후지모토 타츠키의 작품이 지닌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와 구성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은 명확하게 정의 할 수 없지만 어쨌든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데뷔전 작품들 데뷔 초기 작품들은 물론이고 이제까지 작가가 보여주었던 작품들, 그리고 앞으로 작가가 만화가 활동을 계속하면서 보여줄 작품들에 대한 신뢰감을 지니게 만든다.

후지모토 타츠키의 독특함은 타고났구나!”라고 이야기 할 수 밖에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