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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은수저(Silver Spoon)

sungjin 2022. 6. 21. 10:45

은수저(Silver Spoon)은 아라카와 히로무에 신뢰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 그녀의 작품을 언제나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그려내는 것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무조건 감상하게 되고, 설령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이후에 펼쳐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은수저의 소재가 농업고등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학원물이지만 일상의 드라마 속에서도 작가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준다. 지나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담았고 만화 특유의 과장된 연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미소 짓게 만들고 웃음을 자아내게 하였다.

작품을 감상하는 내내 소박한 삶의 단면들을 곳곳에서 느끼게 된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주었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농업고등학교의 생활 속에서 그 어떤 곳보다 활기가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완성하였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하루하루가 아니라 매일매일이 새롭고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은수저의 이야기는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즐거웠던 일들 행복했던 일들이 이어지면서 작품 속 학생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고 공기를 공유하게 된다. 때로는 힘들었던 일도 있고 어려웠던 일들도 있으며 다양한 고민에 부딪히게 되지만 추억이라는 형태의 행복으로 저장되면서 독자들의 마음 속에 즐거웠던 기억으로 채워 놓게 된다.

낙농 또는 축산 중심의 일반인이라면 경험하기 힘든 소재이지만 소재의 낯설음이 아니라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신선함이 크게 다가온다. 일상의 드라마와 함께 말과 소들을 중심으로 농업 고등학교의 전문성이 균형을 이루면서 전개되는 은수저의 이야기는 놀라울 정도로 독자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이해도를 높여 나갔고 마지막까지 작품에 대한 흥미를 높여줄 수 있었다.

작가가 그려나가는 그림들이 펼쳐지고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쌓여가면서 재미와 감동은 배가된다. 작품에 대해 평가할 때 단순히 재미있어요! 감동적이였어요!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이 작품을 통해 느꼈던 즐거웠던 감정들을 다른 누군가에게도 공유하고 싶게 한다. 꼭 읽어 봤으면 좋겠어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전해오는 깊은 여운은 이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잠시 동안 취해 있고 싶게 한다. 입시에서 도망쳐 농업고등학교에 입학했던 하치켄이 에조노 고등학교에서 지낸 3년간의 일들이 자연스럽게 스쳐지나간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느꼈던 감정들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아라카와 히로무는 정말 좋은 작품을 선물해 주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을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