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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는 서문에서 SF는 미래를 예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전적 정의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해의 단계를 넘어 이야기를 통해 삶의 이정표를 만들어간다고 이야기했다. 

일련의 단편들을 수록한 단편집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를 읽으면서 서문에서 이야기하였던 작가의 의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된다. SF가 가진 근본적인 매력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고 작가가 SF 속에서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독자들에게 어떤 의미로 간직되고 싶었는지 

육체가 사라지고 디지털 데이터로만 존재하게 되는 인류의 모습 속에서 공포와 섬뜩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삶과 죽음의 고리 속에서 가치를 지니는 희망의 메시지를 느끼게 된다. 영원한 생명 속에서 빛을 잃어가는 생명의 허무함이 아니라 영원할 수 없기에 빛날 수 있는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작가가 단편 속에서 묘사하는 모습들은 부정적인 모습들이 많지만(육체가 사라져 버린 인류, 죽음에서 해방된 삶, 과학의 산물에 이용당하고 기술의 발전을 악용하는 인류, 누구의 것도 아닌 우주의 한 구석에서 여전히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 등) 희망들을 심어 놓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채워 넣고 있다. 과학적 상상력을 무한히 펼치면서 독자들에게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고 경이로움을 전해주며 감탄시키기 보다는 과학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들의 삶을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해준다. SF라는 마법으로 엉터리를 사실처럼, 환상을 현실처럼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SF라는 마법으로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반짝이고 있는지는 느끼게 해준다. 

과학적 상상력이 현실과 마주할 때 부서지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과 함께 하며 새로운 미래를 엮어가는 희망의 형태로 다가오게 된다. 사랑이 담겨 있는 이야기, 희망으로 채워진 이야기, 여전히 빛날 수 밖에 없는 인류의 이야기들은 SF 소설에서 매번 반복되는 변주곡이지만 매번 감동이라는 형태로 다가오게 된다. ‘어딘가 상상도 못할 곳에, 수많은 순록떼가속에 수록된 이야기 한편 한편이 소중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면 이처럼 오래 전부터 SF가 지닌 본질적인 반짝임이 고스란히 전해오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