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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하얀리본 by 미카엘 하네케

sungjin 2016. 7. 10. 13:23

여백이 많기에 완벽으로 향해갈 수 있는

 

사건으로 시작해서 사건으로 마무리 된다. 한 마을에서 일어난 연속되는 사건들은 마지막에 이르러서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만을 연결시킨 채 조용히,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고요하게 마무리 된다. 한적한 마을을 무대로 소름끼칠 정도로 두려움을 내재시켜 모르는 사이에 보는 이들에게 혼란과 공포감을 조금씩 스며들게 하였다.

 

낙마, 실명, 화재, 폭행, , 살해의 현장까지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의 연속 속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던져주는 대신 보이지 않는 광기의 반복으로 사건을 덮어버린다. 일련의 연속 된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을 일으켜야만 했는지 명쾌하게 해답을 던져주지 않는다.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과정, 사건이 벌어지고 난 이후의 마무리는 모두 생략되고 마지막까지 하얀리본은 폭력과 억압이 만들어낸 집단의 무서운 단결성, 극단적으로 일그러진 유대감으로 얼룩진 모습만을 남긴 채 마무리 된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머릿 속에서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고, 생각의 홍수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의심, 무관심, 협박으로 포장된 보이지 않는 광기과 분노, 폭력이 빗어낸 신념의 집합체만이 남고 마치 곳곳에 퍼즐조각이 비어있는 것처럼 곳곳에 비어있는 여백을 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해답을 명쾌하게 이야기하지 않았기에본질에 대해 정확히 묘사하지 않았기에사건의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일련의 과정들을 하나도 설명하지 않은 불친절함으로 인해 공백을 한동안 영화에 대한 감상에 젖어있기 보다는 공백을 채우기에 급급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조각들을 채워넣고, 가장 바라는 형태로 영화를 완성하게 된 후 영화에 대한 감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형태로 조각을 맞추어 완벽하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의 수많은 장치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필름을 앞으로 되감은 후 자신이 생각했던 이상적인 형태로 영화를 재감상하며 완성하게 된다. 처음 감상할 때 무심코 지나치게 되었던 장면들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고 생각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그리고 의문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작품은 점점 완성되어가고 완벽해지기 시작한다.

 

흑백의 화면으로 구성된 기묘한 이질감, 작품의 흐름 중간중간 흐르는 나레이션이 자아내는 거리감, 사건의 연속으로 구성 된 긴장감,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채 깊숙하게 파고드는 무서움 등 물음표를 남발할 수 밖에 없는 미스터리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흥미진진함을 최대한 배제시켜 거리감을 두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이 모든 것들을 독자들에게 숙제로 남길 것을 예상했다는 듯 철저하게 계산된 톱니바퀴처럼 영화를 완벽으로 향하도록 완성하였다. 단 조립되지 않은 채로 말이다.

 

이 작품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이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