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맞아요. 나는 위대한 사상 같은 건 좋아하지 않아요. 나는 평범한, 작은 사람을 사랑하니까요.....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의 상처를 지니고 있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기만 한다. 그리고 문학적인 수사법을 사용하여 묘사하며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여타의 다큐멘터리처럼 기록의 역사를 인터뷰하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각이 아니라 철저하게 주관적이고 감정적으로

 

책 속에서 흐르는 문장들은 서정적이다. 가슴 속 깊이 감추어져 있던 것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억눌러져 있다 순간적으로 폭발하듯 감정들이 해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녀들이 겪어야 했던 사실들이 그녀들이 느껴야 했던 감정의 물결들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묵직하게 강타한다.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우리세대, 그녀들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머나먼 나라의 사람들에게까지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강렬하게 스며드는 감정의 조각들이 조금씩 조금씩 마음을 적셔가며 그녀들의 감정에 흠뻑 젖게 만들어 버린다.

 

곳곳에서 사용되는 수식어가 화려한 것이 아니라 부족하다고 느껴지며, 개인의 감정에서 과장된 표현은 그 어떤 것보다 사실감 넘치는 생생함으로 느껴질 정도다. 전쟁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숨겨져 있던 그녀들의 깊은 상처들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가슴 아플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진다. 책장을 덮고 난 이후에도 한동안 아픔이 남아 가슴 속을 후벼 파고 있을 정도다. 이렇게 통렬하게 가슴을 때릴 수 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다큐멘터리가 표현해 낼 수 없는 감정의 홍수가 흘러 넘친다. 아니 감정의 홍수로 흘러넘치는 도중 그 위에 폭탄이 떨어져 여기저기 감정의 파편들이 터져나가고 치솟기 시작한다. 소설이 표현할 수 없는 진실이 흘러 넘친다.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그녀들의 삶이 자아내는 진실이 시간이라는 오랜 숙성을 거쳐 한층 더 깊고 무직하게 다가온다. 인간이기에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슬픔이 온몸을 감싸고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참혹한 세상의 모습이 문장 속에서 읽는 이의 가슴과 머리 속에 그려진다.

 

작지만 크고 강하게 울려퍼진다. 그녀들의 작은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만들어내는 큰 울림은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역사가 보여주지 않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들의 창고를 열어 다시는 사라지지 않도록, 그리고 영원히 울려퍼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