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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저편은 최고였다니까요!”

 

연재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물론 이미 연재가 끝난 지금도 드래곤볼의 최절정은 프리저편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드래곤볼을 평가함에 있어서, 절대적인 재미의 추구에 있어서, 이전에도 이후에도 절대로 도달할 수가 없을 정도로한 주 한 주 연재 분이 공개될 때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성도 엄청났지만, ‘초사이어인으로 변신한 손오공이라는 드래곤볼을 넘어 만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개는 이전에도 그렇고 이후에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드라마틱한 재미를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베지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초사이어인에 대한 복선을 충분히 배치시켰을 뿐만 아니라 프리저의 입을 통해서도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전개를 독자들에게 충분히 인식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심장이 터질듯한 두근거림의 순간이였다. 뿐만 아니라 토리야마 특유의 심플함이 돋보이는 액션연출의 박력이 최고조로 도달하면서 종이 위에서 펼쳐지는 드래곤볼의 이야기가 마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면서 가슴을 뜨겁게 흥분시키는 그야말로 단순명쾌하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드래곤볼의 장점이 가장 강력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었다. 때문에 프리저편은 단순히 드래곤볼을 두고 우주에서 펼쳐진 쟁탈전을 통해 벌어지는 기상천외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극적인 재미만이 아니라 종이라는 2차원의 지면을 가진 만화가 대사와 효과음, 집중선, 칸과 프레임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장점인지 확인시켜 주었고, 만화라는 매체의 잠재성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극찬을 할 수 밖에 없는 에피소드인 것이다.

 

하지만 프리저편에서 보여준 대단함은 오히려 이후의 이야기를 전개함에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드래곤볼의 이야기가 지나치게 심각해지기 시작한다.”

 

사실 드래곤볼은 굉장히 충격적인 설정과 극적인 전개가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뭐 손오공이 외계인이라고? 결혼이라고? 아기도 가졌어? 대마왕과 신이 원래 하나였다고? 전투력이 53? 어떻게 이길 수 있단 말이야!! 등 매 에피소드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기 시작한다. 토리야마 월드 특유의 작품이 자아내는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관은 자잘한 설정에서 빛을 발휘하지만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는 충격을 주기 힘든 법이다. 하지만 드래곤볼은 모험 환타지의 컨셉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액션물로 노선을 수정하면서 의도치 않게 초반의 토리야마 월드의 분위기에 액션만화 특유의 스토리의 중심의 무게가 더해지면서 독특한 색깔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때문에 충격적이고 극적인 전개를 통해서 절대적 인기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액션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리저편의 큰 성공은 인조인간-셀편에 접어들면서 보다 독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싶었던 것일까? 우주를 무대로 펼쳐지던 이야기는 다시 지구로 와서 독자들의 흥미를 키우고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위해 한층 더 무겁고 암울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미래에서 온 트랭크스의 존재를 통해 평행 우주 세계를 설정으로 하여 미래의 모습을 절망으로 채운다. 손오공의 죽음과 친구들의 죽음. 인조인간에 의해 절망에 휩싸인 미래의 모습은 이제까지 드래곤볼에서 보여주던 색깔이 아니였다. 한술 더 떠 셀의 존재를 통해 평행우주관을 보다 복잡하게 만들었으며 오래전에 잊혀졌던 레드리본군을 상기시키며 추억을 자극한다. 변해버린 미래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인조인간-셀 편은 현재 세계의 손오공의 죽음이라는 충격적인 결말로 마무리 된다.

 

 

다시 한번 닥터슬럼프를 기억하며…”

 

마인부우편에 들어오면서 작가는 여러가지 변화를 시도를 하게 된다. 우선 주인공의 교체다. 손오공의 죽음 이후 아들 손오반을 전면에 내세우고 본격적인 세대 교체를 시도한다. 셀전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어린애 같았던 오반을 성장시켰으며 고등학교에 다니는 오반을 중심으로 하이스쿨 드라마의 이미지를 심기 시작한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작품 초반의 신선함을 위한 것이지 본래의 드래곤볼이 지닌 액션물의 성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내 이 같은 신선함을 희석되고 만다. 하지만 오반과 비델의 관계, 평범한 사람들과의 생활 속에서 보여준 오반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유쾌함을 심을 수 있었다. 이후 손오공이 다시 한번 주역으로 등장하면서 오반을 전면에 세운 세대교체는 실패하게 되지만 오반이 가지기 힘든 캐릭터성을 오천과 트랭크스에게 부여하여 이후 치열하게 전개되는 마인부우와의 싸움에서 작가의 특기 중 하나인 병맛같은 썰렁함과 유치함으로 무장 된 특유의 센스와 개그감각을 연출하는데 있어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하였다.

 

 

…, 굉장한 싸움이긴 하지만 어딘가 말이 좀 안 돼….” - 피콜로의 대사

 

세상의 운명을 건그리고 이제까지 등장한 어떤 적들보다 강한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나사가 빠진듯한 액션이 펼쳐진다. 한 층 더 화려하고 강렬한 액션연출이 토리야마 아키라 특유의 기지와 센스가 발휘 된 엉뚱함과 함께 연출된다. 손오공과 손오반, 그리고 베지터라면 만들어 낼 수 없는 기상천외함, 엉뚱함, 유치함이 기막히게 펼쳐진다. 마치 과거 닥터 슬럼프에서 최강 전설을 이룩한 아라레의 싸움을 보는 듯 하다.

 

  

이 멍청한 자식! 이런 위급한 시기에…. 농담은 무슨 얼어죽을 농담!!” - 피콜로의 대사

 

이 말은 어찌 보면 작가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작가 스스로도 만족하면서 그렸다고 이야기 할 정도로 마인부우편의 액션전개는 드래곤볼이 액션 중심으로 노선을 변경한 후 잃어버렸던 토리야마의 특기인 기지와 재치로 무장하고 있다. 아더왕의 전설을 패러디하면서 순식간에 박살내버린 제트 스워드의 존재, 사이비 종교의식과도 같은 오반의 파워업, 세상의 영웅이 된 미스터 사탄과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결국 사탄이 세상을 구했다!)의 모습, 태생부터 토리야마식 디자인 감각을 살아있는 마인부우 등마인부우편에서 작가는 어느새 무거워지고 진지함으로 굳어져 있는 드래곤볼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전혀 다른 드래곤볼의 느낌으로, 동시에 토리야마 월드의 이미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프리저편 이후 무거워지면서 이대로 가다간 결국 무게에 침몰할지도 모르는 드래곤볼을 가볍게 만들고 유쾌하게, 심플하게, 이야기는 빠르고 재미있게 펼쳐나가면서 드래곤볼을 마무리 한다.

 

드래곤볼은 최종화를 연재하면서 한 소녀와의 만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마침내 여기까지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린시절 오공과 부르마의 모습을 마지막회 표지로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마인부우편의 느낌은 오공과 부르마가 만나던 그 때의 느낌이였다. 이미 소년만화의 배틀물의 정석이 되어 버린 상황에서 과거의 어드벤쳐는 아니지만 또 다른 드래곤볼의 모습을 독자들의 가슴 속에 새길 수 있었다. 프리저편이 전설이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마인부우편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전설을 넘을 수는 없지만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돌려받은 느낌이다. 마지막장을 덮고 난 후 정말 재미있었어요!라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즐거웠다!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이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