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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콜레라 시대의 사랑

sungjin 2014. 4. 26. 16:05

 

 

보다 쉽게, 보다 부담 없이, 조금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여전히 무거울 수 밖에 없는

그래도 읽고 있는 동안 만큼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제목 그대로 로맨스다. 한 남자의 순애보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사랑이 만들어 내는 감동이 시대를 넘어서 살아 숨쉬는 듯한 영원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선물이다. 삶과 죽음, 식민지 시대의 아픔, 새로운 사회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부딪힐 수 밖에 없는 갈등의 모습들, 문화와 문화의 만남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모순들이 작품 속 곳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표면적인 이야기는 로맨스이기 때문에 모두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우리는 중세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닙니다.’라고 소리쳐도, ‘우리는 아직도 식민지 시대에 살고 있어.’라고 이야기해도 이 작품이 만들어 내는 감동은 후베날 우르비노와 플로렌티노 아리사, 그리고 페르미나 다사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백년의 고독에서 보여주었던 특유의 환상은 사라지고 현실의 이야기로 대체되었다. 기나긴 시대를 압축하고 철저하게 폐쇄된 공간에서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시대의 그림자를 겹치면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휩쓸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몰락과 새로운 사람들의 등장과 새롭게 펼쳐지는 시대, 여전히 과거의 그림자에 묶여 저항할 수 박에 없는 시대가 함께 한다. 그럼에도 사랑은 언제나 변함없이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영원불멸의 소재라는 것을 증명시켜 주듯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사랑이 본질적으로 지니고 있는 마법을 이 작품에서 마음껏 펼쳐내었다.

 

마지막에 두 사람은 말한다. “우리 목숨이 다할 때까지.”라고 말이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본인은 알 수 없었으나 이 작품은 작가의 목숨이 다한 이후에서 여전히 생생하게 살아 숨쉬면서 읽는 이의 감동시킬 수 있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는지는 분명하지만 마지막까지 페이지는 넘길 수 있었던 이유는 라틴 아메리카의 시대의 흐름 속에 감추어져 있는 그림자가 아니라 페르미나 다사와 프로렌티노 아리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두 사람으로 수렴되어 독자들의 마음 속에 영원히 자리잡게 되는 콜레라 시대의 사랑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