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변화구를 던져서는 안돼!”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을 평가하면서 매번 이 같은 이야기가 언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21세기에도 여전히 아다치의 마법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었고 미소라의 미지근한 반응과 크로스게임의 히트를 생각한다면 직구는 필연적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최근 “Q and A”를 통해 아다치가 어떤 작품을 그려야하는지, 그리고 독자들이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정해져 버린 것 같다. 아다치 미츠루가 “믹스(MIX)”라는 작품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도 결국 터치와 H2같은 직구에 비해 미소라 같은 변화구의 성적이 좋지 않았고 독자들 역시 터치와 H2같은 직구를 요구하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물론 주간소년 선데이가 비참할 정도로 추락하면서 선데이 편집부에서 강력하게 요청하였던 것도 결정적인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기대감은 높았다. ‘터치’로부터 26년 후의 이야기를 그리게 되면서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들이 하나로 엮이게 되어 아다치 월드를 완성할 수 있었고, ‘메이세이’와 ‘타치바나’는 아다치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펼쳐지는 아다치의 마법은 기대감을 가지기에 충분했고 여전히 독자들을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마법의 유효기간이 유지될 것만 같았다.

 

개인적인 결론부터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 겨우 1권을 읽은 시점에서 이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다는 사실이 어찌 보면 지나친 성급함이 초래하게 될 어리석음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나중에 사과를 하게 되더라도 1권의 평가는 다음과 같이 내리고 싶다.

 

“아다치의 마법은 이제 유효기간이 끝나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가 등장하고 동갑내기 남자 주인공 2명과 여자 주인공 1명이 함께 산다. 마치 노골적으로 ‘미유키’와 ‘터치’를 연상시킨다.(미유키와 터치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다.) 야구를 좋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과거의 캐릭터들이 오버랩 되기 시작한다. ‘이심전심’이라는 말로 대표되는 아다치의 말없이 전해오는 감정의 표현 연출은 원숙미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의 묘미가 살아있고 기막힌 타이밍 감각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이상은 없을 것 같다. 1980년 아다치의 마법은 만화계의 판도를 바꾸었으며 1990년도에도 전성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2억부라는 판매량이 증명하듯 아다치의 인기는 일본 만화사를 통틀어서도 역대급이였다. 2000년도에 들어오고 H2의 연재가 종료되면서 아다치의 전성기는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최고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2010년도에(정확하게는 2014년 MIX를 읽은 지금) 아다치 미츠루의 마법은 풀려버리고 말았다. 21세기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며 꿋꿋하게 버틸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아다치 미츠루가 시대의 흐름에 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작품이 매너리즘에 빠져서가 아니다. 이미 아다치는 오래전부터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다. 다만 아다치의 마법은 매너리즘에 빠져도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었을 뿐이다. 스토리가 진부하다고? 아니 아다치 미츠루만큼 클리셰를 작품 속에 풀어놓는 작가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아다치의 마법의 유효기간이 다가온 것 뿐일지도 모른다.

 

제발 지금 본인이 이야기하는 것들이 모두 어리석은 판단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PS 만일 미소라가 큰 히트를 기록했다면? 초등학생 중심의 순정만화잡지인 챠오에 연재하였던 ‘슬로우 스탭’이 크게 히트했다면?

 

물론 30년 넘게 전성기를 유지한 작가 아다치 미츠루의 역량은 분명 대단합니다. 단순히 상업적인 판매량으로 판단하더라도 아다치 미츠루 정도의 결과를 보여준 작가는 타카하시 루미코 정도밖에 없으니까 말입니다. 무엇보다 주간지와 월간지, 소년지와 소녀만화잡지, 장편과 중편, 단편 등 다방면에 걸쳐서 작품활동을 하면서도 변함없는 아다치 고유의 작품스타일을 유지하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놀랍죠. 하지만 이제는 정말 새로운 시대가 되어버린 듯 합니다. 아다치의 마법이 희석되고 조금씩 트렌드에 밀려나는 듯 합니다. 물론 아다치는 실험적인 작품들로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단편집 쇼트 프로그램 2권, 3권을 보면 알겠지만 아다치의 기발함은 정말 탁월하죠. 다만 터치에서 H2로 이어지면서 어느 새 굳어버린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세계가 독자들로 하여금 변화구를 던지지 못하게 만든 것은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미소라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 스타일이 지닌 가능성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소라가 지금 발표되더라도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때로는 새로운 방향으로 변화구를 밀어붙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아다치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다소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