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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웃음과 망각의 책

sungjin 2013. 2. 22. 15:08


프라하는 악()의 도시이다.”

체코 민중은 자신의 죽음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결국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을 깡그리 망각할 때까지 되풀이된다.”

민중을 일소하려면, 먼저 그들의 기억부터 지워야 해. 그래서 민중의 책,문화,역사를 파괴하는 거야. 그 다음 다른 사람을 시켜서 새 책들을 쓰게 하고, 새 역사를 지어내도록 해야 하지.

 

밀란 쿤데라에게 있어 체코는 불명의 가치를 지닌 국가일지도 모른다. 망각으로 잊혀지지 않도록 웃음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짧은 이야기를 이어가며 끊임없이 사상의 침범을 받은 체코의 이야기, 사상의 영향을 지닌 체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미지를 반복하고 자신의 생각을 투영시킨다. 웃음으로 그리고 망각으로 마지막에는 웃음과 망각으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에로티시즘이 삽입되어 잊혀지지 않는 체코의 단면들을 끄집어낸다. 그것은 사랑에서도 나오며 웃음 속에서도 나온다. 때로는 황당함에서 튀어나오며, 환상이나 꿈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보이지 않는 형태의 무언가는 쿤데라 특유의 모호함이 더해지면서 혼란 속으로 몰아넣기도 하고, 끊임없이 생각을 자그하기도 한다. 아직은 부족해 보일지 모르지만 미약하게나마 완성된 형태로 쿤데라의 실험적 기법들을 통해 독특하고 신선함이 넘치는 독서의 경험을 전해준다.

 

전 지구를 위해 위대한 푸가(fuga)를 쓰고 있던 소련은 음이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저항적인 모습을 지니게 된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작품을 작품 곳곳에서 이 같은 의미의 메시지들이 튀어나온다.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위트 넘치는 유머러스한 문장도 즐겁고, 재미있게 묘사 된 에로틱함과 함께 뼈 있는 말들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소설이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는 인간 환상의 결실입니다.”

 

쿤데라가 결실로 완성한 환상은 환상이 아니라 가치. 체코라는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영역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체코의 이야기를 소설 영역 속에서 구현하였다.

 

밀란 쿤데라는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웃음과 망각이라는 테마를 반복해서 사용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7개의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나의 존재는? 연작 형식의 단편소실로 보는 것이 옳을까? 개별적인 단편소설집으로 보는 게 좋을까? 아니면 장편소설과 단편 소설의 경계선에서 소설의 형식을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형태로 봐도 되지 않을까? 작품을 읽으면서 쿤데라는 계속해서 물음표를 던지도록 만든다. 하지만 크게 구애 받지 않는다. 의문사를 떠올리는 것 또한 쿤데라의 소설이 주는 묘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