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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광대 샬리마르

sungjin 2013. 2. 22. 13:56


“광대는 왜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했을까?”

 

‘한밤의 아이들에서 살만 루슈디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환상적이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고 불리는 현실 위에 덧씌워진 환상의 존재는 독자들에게 꿈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 내지만 강력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믿을 수 없는 환상이기 때문에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며 작가의 조용한 외침에 호소력을 높인다. 인도의 아픔을 담아서 들려주는 역사의 그림자를 이야기하면서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통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광대 샬리마르에서는 이 같은 환상은 축소, 아니 극도로 제한되어 있다. 대신 이야기의 스케일을넓히고 개별적인 캐릭터들의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엮어가면서 밀도 높은 이야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미국, 인도, 이슬람과 힌두교 등 시대와 민족, 그리고 종교를 포괄하면서 방대한 이야기의 바다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하였고 인디아(캐릭터)와 카슈미르(지역)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펼쳐놓고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탁월한 구성을 통해 흥미진진한 이야기,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인디아를 중심으로 그녀의 아버지,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탄생시킨 그녀의 어머니,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의 남편으로 구성된 개별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는 굵직한 퍼즐의 4조각처럼 분리되어 있다. 아버지의 살해로 시작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2차 대전의 시대를 중심으로 뻗어나간 이야기는 인도와 미국을 넘나들게 된다.

 

카슈미르라는 지역을 통해 인도의 아픔을-민족과 종교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비극을- 그려나간다. 카슈미르라는 특정의 장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종교적 갈등은 인도의 정치적 이해관계 안으로 휘말리게 되고 카슈미르라는 공간으로 압축되어 부니와 살리마르, 그리고 막스의 이야기들이 각각의 수레바퀴를 돌려가면서 인디아를 중심으로 수렴해간다. 자신의 의지로 개척하게 된 운명의 결과, 그리고 다른 것에 의해서 개척해 나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결과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작은 계기에서부터 출발해서 점차로 커져나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커져가는 사건들은 제한된 인물들과 장소로 압축되며 동시에 인도라는 거대한 배경으로 폭발시킨다. 미국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일련의 과정들이 치밀하게 계산되어 이야기꾼 살만 루시디의 진가를 확인시켜 준다. 처음부터 계산되어 복잡하게 뻗어나간 이야기의 줄기가 결말을 향해 수렴되어가는 이야기의 흐름은 광대에서 테러리스트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샬리마르의 삶을 완성시켰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전쟁터로 비극만이 남게 되는 카슈미르가 아니라 미국의 향해 환영의 세계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품은 확실한 결말을 알려주지 않은 채 증오만을 남기고 끝을 맺는다. 카슈미르에서 시작 된 비극은 미국에 원인을 두면서 정작 미국의 모습은 비참함과 증오를 낳게 한 당사자로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비참한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진행형의 형태로 끝을 맺은 것이 아니였을까? 여전히 반복되는 그들의 아픔은 다른 곳에서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증오로 이어지는 비극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