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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코난을 보면서 언제나 농담 삼아 키드야 말로 진정한 실버불렛이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검은 조직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로 그들의 심장부까지 파고들어 숨통을 끊어 놓을 수 있는 실버불렛은 아카이 슈이치도, 에도가와 코난도 아닌 쿠로바 카이토, 즉 괴도 키드라고 말입니다. 물론 작품 속에서는 주인공 에도가와 코난이야말로 진정한 실버불렛이라고 베르무트는 확신하고 있으며 작품의 주인공이기 때문에 실제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만 웬지 결정적인 조커로 활용되어 대활약을 펼칠 것 같은 캐릭터로 괴도 키드가 생각납니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마술쇼에 감추어져 있는 키드의 엄청난 능력은 그야말로 기적이기 때문입니다. 키드의 마술세계가 기적으로 평가 받는 이유도 그가 선보이는 마술보다는 언제나 함정일 줄 알면서도 당당하게 도전하고 언제나 기적같이 사라지는 퍼포먼스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퍼포먼스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신출귀몰한 변장 실력, 어떤 목소리도 순식간에 복사해내는 천의 목소리, 그리고 인간의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운동능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냉정하게 판단하고 천재적인 두뇌에서 나오는(키드의 아이큐는 무려 400이죠.) 놀라운 아이디어는 신이 아닐까 생각 될 정도죠. 타고난 배짱과 특유의 허세 가득한 여유로움은 이 같은 키드의 재능을 더욱 극대화 시킴니다. 신이 내린 외모는 모든 여성을 포로로 만들 수 있으며 언제나 넘치는 유머러스함은 그와 적대시하던 사람들마저 반하게 만들며 친구로 맺어지게 됩니다. 언제나 힘이 되는 동료들 또한 키드가 가진 큰 무기죠.

 

그런 그가 드디어 명탐정 코난에서도 검은 조직과의 승부에 뛰어들어 한바탕 휘저어놓고 유유자적하게 사라지는 기적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이지 불로불사의 신비를 간직한 생명의 돌 판도라를 노리는 수수께끼의 조직과 접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검은 조직과의 대결전을 앞두고 그들의 허를 찌르며 키드의 존재를 각인시키게 되었습니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키드이긴 하지만 검은 조직마저도 키드의 마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였습니다. 아카이 슈이치나 코난은 할 수 없는 오직 키드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방법으로 검은 조직과의 대결에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코난의 이야기에서 키드의 등장은 어디까지나 까메오일지도 모릅니다. 키드의 팬들을 위한 팬서비스이자 코난의 흥행방정식을 위한 존재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78권에서 보여준 검은 조직과 키드의 대결은 어쩌면 키드의 존재를 코난의 세계관 속에서 중요하게 배치시키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키드가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매직쾌두(매직 카이토)의 미결점을 코난에서 결판 짓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상상만으로도 즐겁습니다만 실제로 그렇게 되길 바라는 독자도 많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제까지 키드가 만들어낸 수많은 기적들 중에서 가장 위대한 기적이 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