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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야와라

sungjin 2013. 1. 29. 13:34



스포츠물이야 말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재능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장르가 아닐까?

 

스포츠라는 소재가 일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그리고 표현하게 되는 특유의 성장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노력의 진실됨과 과정의 중요성, 경기장에서 펼쳐내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가 선사하는 긴장감, 승리의 순간 느껴지는 환희, 패배의 순간 느껴지는 좌절, 그리고 승리하지 못했더라도 목표를 달성한 순간 느끼는 뿌듯함은 그 어떤 장르보다 희로애락의 감정이 풍부하게 요구된다. 그리고 우라사와 나오키는 이 같은 감정들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이고 그 느낌들을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연출해 낼 수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몬스터’(스토리 구성-나가사키 타카시)‘20세기 소년’(스토리 구성-나가사키 타카시)처럼 작품의 주제, 이야기의 무게감이나 깊이, 구성의 치밀함, 정교함이 아니라 해피처럼 순간순간의 감정의 폭발이 더욱 돋보일 때야 말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장점이 폭발하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이 지닌 매력이 돋보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 또는 작품 세계를 즐기고 싶다면 야와라를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야와라는 즐겁다. 활기차다. 웃기다. 유도라는 스포츠의 매력이 살아 있는 스포츠 만화이기도 하지만 스포츠물이 지닌 함께 성장해 가는 아이들의 즐거움이 함께 한다. 한가지 예외를 둔다면 주인공 야와라의 기술적 성장은 이미 완성에 가까운 상태였다는 것이겠지만 아주 작은 기술적 성장, 그리고 정신적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은 어떤 작품 못지 않게 흐믓하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제압할 수 있다는 유도의 신념을 증명시키기 위한 주인공 야와라의 존재는 작품을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평범한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꿈꾸는 소녀의 모습이 세계최강의 유도선수라는 아이러니한 상황과 맞물려 다양한 에피소드를 낳게 되고 이야기의 잔재미를 더해준다. 야와라의 할아버지 지고로를 비롯하여 수많은 주변인물들과 복잡하게 엮어가며 만들어내는 야와라의 이야기들은 보는 내내 유쾌하게 즐길 수 있다.

 

매트 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하다. 유도의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작은 표정, 동장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하게 묘사하였다. 예측 못한 반전, 필살기가 작렬하는 순간의 터질듯한 폭발감, 관중의 함성까지 생생하게 표현하였다. 극적인 역전승을 알면서도 긴장할 수 밖에 없고, 통쾌할 수 밖에 없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법이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었다.

 

야와라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전형적인 스포츠물의 재미를 지닌 작품이다. 코믹한 캐릭터, 진지한 캐릭터, 좌충우돌 벌어지는 에피소드, 기막힌 반전 뒤에 숨어 있는 우연적인 결말, 스포츠물 특유의 열혈과 근성, 생생하게 전해오는 현장감, 노력과 승리 뒤의 환희, 무대 뒤의 잔잔한 감동 등 어느 것 하나 독특하고 신선하기 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고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펼치듯 자신의 스타일을 살려낸 연출로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드라마틱한 즐거움을 가득 담았다. 마지막까지 실망할 일 없이 깔끔하고 훌륭하게 마무리하였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더라도 오느 새 푹 빠져들 수 밖에 없는우라사와 나오키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도전장이 아니라 함께 즐기고 싶은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