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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롤리타

sungjin 2012. 12. 23. 23:42




나보코프는 독자를 홀려버리기 위해서 롤리타를 선보였던 것은 아니였을까?  수식어로 꾸며진 단어와 문장들로 수놓은 것 같다. 

온통 느낌표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유려함? 화려함? 아니 매혹적인 문장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에서 느껴지는 유려함이나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이 자아내는 문장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느낌이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매혹적인 글들로 채워져 있다. 읽으면서 반할 수 밖에 없는 문장들이 곳곳에 펼쳐진다. 다른 누군가(그리고 나 자신이)가 보고 느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이미지를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롤리타에서 구현해낸다.


롤리타가 자아내는 언어와 문장의 연금술은 도덕심마저 부셔버린다. 사회적 윤리관을 적용시켜서 판단할 경우, 아니 일반적인 삶의 가치관을 적용시키더라도 롤리타의 이야기는 문제시 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며, 금기시 될 수 밖에 없는 내용이다. 극도의 혐오감이나 불쾌함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도 있는 이야기가 흘러간다. 하지만 롤리타를 읽으면서 모든 것이 차단되어 버리는 듯 하다. 작품에 대한 모든 외적인 요소들, 사회적 배경들이 차단되어 버리고 오직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텍스트, 단어, 문장으로만 감상하게 된다. 나보코프의 말장난에, 나보코프의 언어적 연금술에 어느 새 빠져 들게 된다. 롤리타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보다는 롤리타의 문장들을 따라가게 되는 것 같다. 모든 것이 철저하게 차단 되고 작품을 구성하는 글의 매력만을 발산하게 된다. 도덕심, 윤리관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소설이라는 형태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어와 문장을 통해 또 다른 의미에서 소설의 본질에 접근하게 한다. 문학을 통한 사회의 모습의 반영, 시대의 그림자를 건져올리는 것이 아니라 단어와 문장을 활용하여 잠재 된 가치를 극대화한 순수한 글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험버트의 시각으로 철저하게 제한 된 롤리타의 이야기는 한 발짝 떨어져 객관성을 지니기 보다는 모든 시선과 의식을 험버트와 일치시키고 느낌을 공유해 나간다. 험버트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고, 그가 묘사하는 느낌표에 반하게 된다.


‘롤리타’는 유명한 작품이다. 그리고 훌륭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유명한 이유와 훌륭한 이유는 분명 다르다. 때문에 처음 이 작품을 접할 땨 ‘롤리타’라는 작품의 ‘유명함’은 ‘훌륭함’을 깍아내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