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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sungjin 2012. 10. 3. 08:02



마법소녀가 되면 말이야


죽을 때까지 마녀와 싸우든가
마녀에 의해 죽게 되던가
자신이 마녀가 되는 것(그리고 다른 마법소녀에 의해 죽는 것) 뿐이야.

다른 선택사항은 없어.


마법소녀물의 한계를 뛰어넘어 모든 클리셰를 부셔버리고 상상도 하지 못했던 충격적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단 한줌의 희망도 없는 절망의 끝에서 괴로워하고 있을 틈 조차 없다. 쉴 사이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에 밀려나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려나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한 눈 팔 틈도 없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수께끼와 계속해서 커져만 가는 의혹들, 그리고 궁금증들 앞에서 호기심은 점점 커져가고 어느 새 작품 속으로 조금씩 빠져들어간다. 마치 시간이 흐르면서 증폭기를 거친 것처럼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의 이야기는 거대한 해일처럼 작품의 설정을 키워가며 보는 이들을 압박해 나간다. 동시에 궁금증도 키워갈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긴박함도 더욱 커지며 긴장감을 극대화 시킨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스타일, 밝고 경쾌한 느낌의 일상의 하루로 시작되는 이야기, 소녀만화의 정석을 따르는 듯한 오프닝은 프롤로그에서 이미 거대한 절망의 그림자를 암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법소녀의 행복한 이야기가 될 것처럼 보였다. 화사한 색감, 동글동글하게 디자인 된 캐릭터들의 모습 속에서 이토록 암울하고 충격을 넘어선 절망으로 채워진 이야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그 어떤 작품보다 충격적이였다. 기존의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뛰어넘어 기존의 애니메이션에서 보여주었던 것들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처절하게 비틀어 버린 이야기였다. ‘프린세스 츄츄’에서 보여주었던 동화의 틀을 부수고 환상과 상징성의 극한으로 끌어올린 이야기, ‘마법소녀 리리컬 나노하’가 보여주었던 화려한 액션 연출로 기존의 마법소녀물의 한계를 끌어올린 이야기를 넘어선 이야기였던 것이다. 곳곳에 숨겨진 메타포는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더욱 강력한 상징성을 지니게 되었고, 인과율의 수레바퀴 속에서 반복되는 끝없는 비극은 마지막까지도 믿기 싫은 우울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화려하다. 액션의 연출도 화려하고 마법소녀의 변신씬도 화려하다. 가지각색의 마법소녀들이 펼쳐낸 아이템도 화려하고 마녀들의 전투장면도 화려하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펼쳐진 메타포들의 이미지 역시 놀라울 정도로 탁월하게 배치되어 있고 연출되고 있다. 작품의 숨겨진 설정들은 스케일을 키워가며 보는 이들을 압박할 정도다. 충격과 반전의 이야기 못지 않은 연출의 힘이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화려한 연출이상으로 마법소녀물의 클리셰를 부셔버렸기 때문에 이 작품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매지컬 걸즈(Magical Girls)라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파생시킨 형태의 작품이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넘어선 곳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