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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대왕과 무한의 리바이어스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은 폐쇄된 사회 속에서 소년들이 만들어가는 집단의 형태와 광기의 표출 속에서 현대사회의 다양한 학문을 투영해 내고 있는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성숙되지 않은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불안정한 사회의 틀은 쉽게 부서지기 마련이고 다른 형태의 사회로 쉽게 이동되어 버리죠. 특히 작품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불안정함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한 순간 긴장의 끈이 끊어지듯 증폭되며 독자들을 단순에 사로잡아버리는 강력한 재미를 선사하며 작품의 깊이나 무게감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재미있게 읽은 작품으로 꼽히고 있기도 합니다.



타니구치 고로 감독의 ‘무한의 리바이어스’는 그런 점에 완벽한 ‘세기말식 SF로 변형된 파리대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폐쇄된 우주선 안에서 단 한 사람의 어른도 없이 487명의 소년소녀들이 생존을 위해 무한한 우주 속에서 항해해 나갈 수 밖에 없는(또는 표류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는 파리대왕의 모습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특히 철저하게 폐쇄되고 통제 된 사회 속에서 그려낸 소년소녀들의 권력 다툼과 계급의 형성, 그리고 불안정한 청소년기의 마음을 정확하게 작품 속에 투영시킨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불안정함은 파리 대왕의 그것과 겹쳐질 정도입니다.

물론 ‘무한의 리바이어스’는 ‘파리 대왕’과는 달리 희망의 메시지로 마무리 됩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무한의 리바이어스에서 생존을 위해 무서울 정도로 내면의 심리를 파고들며 보여준 인간성은 어떠한 희망의 메시지도 없는 절망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이 작품이 쥘 베른의 ‘15소년 표류기’의 SF버젼이 아니라 ‘파리 대왕’의 이미지가 강하게 겹쳐질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고립된 함내에서 묘사되는 권력층의 모습과 권력층의 교체와 함께 변해가는 인간 군상들 또 바이어함의 스픽스 네야를 통해 묘사되는 캐릭터들의 다양한 감정 등 리바이어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섬뜩할 정도입니다. 소년소녀들이 만들어낸 리바이어스의 시스템으로 제어하지 못한 사회는 결국 독재 정권으로 넘어가고, 독재 정권 역시 혁명으로 무너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내 방종이 범람하며 계속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키며 결국 철권통치로 이어지고 계급 사회로 회귀하게 되죠. 487명의 소년소녀들이 만들어낸 사회는 극도로 불안하고 잔인하게 사회의 모습으로 변환되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