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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에서 스티븐을 만난 블룸은 이후부터는 스티븐과 함께 행동하게 된다. 오딧세우스 장군과 텔레마코스의 만남을 통해 조이스는 이들이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이미 스티븐의 모습 속에서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렸을 분 아니라 묘한 공통분모를 느껴면서 정신적인 의미에서 아들처럼 생각하게 된다. 스티븐 역시 육체적 아버지는 사이먼 데덜러스지만 정신적 아버지는 블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두 사람의 이야기는 에우마이오스의 장에서 보다 자세하게 펼쳐진다.

특히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묘한 재미를 준다. 앞선 장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두 사람이 상징하는 학문, 이미지, 사고관이 모두 대립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서로간의 인력을 지니고 있듯 블룸과 스티븐 역시 마찬가지다. 짧은 만남 이후 두 사람이 멀리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계속해서 이어져 있을 거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다.

에우마이오스의 장은 작은 커피숍을 무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한한 바다 같은 이야기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신받드의 모험처럼 함께 있던 한 노수부의 이야기를 통해 율리시스라는 작품의 특징을 다시 한번 각인 시켜주고 있다. 

키클롭스에서 꽤나 피곤한 싸움이 있었다면 나우시카에서는 황홀감에 젖어 있었다. 태양신의 황소들에서 낯선 경험을 하고 키르케에서 환각 속에 취해 있었다. 에우마이오스는 일종의 휴식이다 어찌보면 칼립소와 로터스 이터즈의 장의 연장선에서 이야기의 진행을 펼쳐나간다는 느낌이다. 단 에우마이오스의 장은 한층 더 완성되고 진지하게 진행된다. 논리적이고 노련하다. 입센을 기억해야 할까? 코난 도일의 셜록홈즈를 기억해야 할까? 아니면 여기서 다시 한번 언급되는 ‘죄의 쾌락’에 주목해야 할까? 조이스는 여전히 특유의 독자들을 압박하는 서술을 하고 있지만 이번 장에서는 조용히 그들의 논리적인 서술을 크게 의식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자. 이후 이타카의 장에서는 다시 한번 지적 에너지의 발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