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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회하는 바위들은 7장 아이올로스편과 상당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몇 개의 단편적인 사건들이 모여있는 에피소드라는 점에서 유사하고 각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통해 작품의 장소를 환기시켜 독자들로 하여금 지루함을 덜어준다는 점에서도 비슷하게 다가온다. 특히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단편적으로 배치되면서 더블린 시내의 지도를 그려나간다는 점에서 아이올로스편과 공통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블룸의 비중을 줄임으로써 철저하게 시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면 장소 중심이였던 7장과는 달리 인물들을 중심으로 서술해 나감으로써 7장과의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조이스는 10장을 통해서 블룸과 스티븐을 중심으로 그들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감으로 인해 작품을 보다 다채롭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콘미 신부의 등장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팬들에게는 반가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었고 저마다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제각기 들려줌으로 인해 독자들로 하여금 스티븐과 블룸의 시점과는 다른 색다른 신선함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율리시스의 외전격의 단편으로서도 뛰어난 독립성을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율리시스의 전체적인 연계성에서도 긴밀하게 엮어져 있어 작품 내에서도 아주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무엇보다 주인공 블룸의 이야기가 최소화 되고(오딧세이야에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았던 모험이였기 때문에 블룸의 이야기가 최소화 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었죠.) 주변 캐릭터들로 뻗어나가는 이야기 구성은 현대 소설뿐 아니라 장르 문학 등에서도 활발하게 사용되는 구성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율리시스라는 작품이 지니고 있는 감각 또는 제임스 조이스가 가진 감각이 얼마나 시대적 초월성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시켜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조이스는 이 장을 통해 단편적으로 독립된 이야기들을 배치하면서 더블린의 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으며 7장 아이올로스의 장과 함께 더블린의 지도를 가장 열심히 그려나간 장이기도 하다. 불러와 라틴어등이 조합된 언어적 연금술, 아일랜드의 문화적 역사적 정보의 압축, 성경에 대한 수많은 인용들, 베니스의 상인을 비롯한 셰익스피어의 존재감 등 율리시스 특유의 난해함은 여전하지만 미로와도 같은 구성 속에서도 일정한 통로를 만들어 독자들로 하여금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장에서 블룸의 이야기는 최소화하였음에도 조이스는 결정적인 키워드를 하나 배치한다. 블룸이 손에 넣은 “죄의 쾌락”이라는 책의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아시다시피 블룸과 그의 아내 몰리는 서로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한 일(불륜)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이 장에서 처음 등장한 “죄의 쾌락”은 이후의 장에서 또 하나의 반복되는 키워드로 상기시킴으로 인해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