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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율리시스 제6장 - 하데스

sungjin 2012. 4. 1. 02:10



챕터의 제목이기도 한 ‘하데스’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그 하데스다. ‘지옥의 신’으로도 유명한 하데스는 6장에서 디그넘의 장례식을 통해 이미지화 되어 작품을 어두운 색깔로 바꾸어 버린다. 율리시스라는 작품은 전체적으로 희극적 요소들이 많이 깔려 있고 다양한 패러디와 과장법을 통해 웃음을 주는 작품이며 하데스의 장에서 이 같은 율리시스의 기본적인 희극성이 비극성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조이스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순식간에 전혀 다른 분위기로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이 같은 분위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역시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기법이 가지고 있는 특성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은 외부의 경험이나 자극에 의해 발현된다. 때문에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자극을 받게 되는지에 따라 의식의 흐름이 일정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물론 이것이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상으로 매우 높은 확률을 지니게 된다. 즉 하데스의 장에서 장례식이라는 블룸의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단어가 연상 시킬 수 있는 블룸의 기억을 끄집어 내게 된다.

조이스는 장례식이라는 외적 경험을 통해 죽음이라는 단어를 매개로 무한한 내면의 의식을 파헤쳐 나간다. 특히 아일랜드의 독립운동가 대니얼 오코널을 상기시키코 파넬의 기일을 연상시킨다. 서서히 이일랜드의 영웅들의 페이지가 삽입되기 시작하고 아일랜드의 문화가 삽입되기 시작한다. 셰익스피어의 단편적인 정보들이 한층 더 많아진다. 햄릿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은 물론 베니스의 상인이나 줄리어스 시저가 숨어 들어온다. 조이스의 단편 죽은 사람들, 작은 구름 등의 세계관이 율리시스의 세계와 동일한 위치에서 공유된다. 보다 많은 이야기들이 삽입된다. 아일랜드의 동요와 노래가 작품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직접적일 때도 있으나 패러디 등과 같이 간접적으로도 다가온다.

스티븐과 첫번째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번 장에서는 아주 잠깐 블룸이 의식하는 수준에서의 스쳐지나가는 수준이지만 독자들은 이들이 언제쯤 본격적인 만남을 가질지 기다리게 된다. 자신이 벌에 쏘였을 때 치료해준 딕슨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에서 생명으로의 전환을 상징하기 위해 딕슨의 이야기는 이후 ‘태양신의 황소들’로 연결시킨다. 하데스의 장에서 장례식으로 죽음의 이미지를 그렸다면 이후 태양신의 황소들의 장에서는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통해 새로운 날들에 대한 희망적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결국 이 장에서는 스티븐과의 만남과 딕슨의 기억의 단편들을 통해 이후에 전개 될 이야기의 중요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 놓는다. 그것도 아주 계획적인 대비를 이루며 향후 독자들로 하여금 조이스의 치밀함에 절로 감탄하게 할 정도로 말이다.

조금씩 작품이 진행될수록 방대해지고 복잡해진다. 정보는 계속해서 작품 속에서 축적되고 의식의 흐름은 더욱 자유롭고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이제 율리시스의 세계 안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 이미 조이스가 놓은 덫에 걸려 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