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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관련해서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는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나요?”라는 내용입니다. 사실 저 역시 율리시스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명쾌한 답변을 주기는 곤란하더군요. 다만 율리시스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이런 작품들도 한번 읽어보세요.” 정도만이 제가 드릴 수 있는 답변의 전부입니다.

사실 율리시스의 경우 번역서에 해설이 함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해설서는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해설서가 필요하다면 정말로 제임스 조이스와 율리시스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시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있어 책이라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기 위한 가장 값싼 유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현재는 수집으로 변질되어 버렸습니다만^^;) 솔직히 이 작품을 꼭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달수 밖에 없습니다. ‘재미있으면 읽는 거고 재미없으면 읽지 마세요. 안 그래도 학교나 직장에서 피곤에 찌들어 있는데 잠깐의 휴식시간마저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습니다. 물론 등산을 하고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육체적 에너지의 발산과 달성의 희열을 느끼는 것처럼 독서를 통해서 지적 에너지의 발산과 달성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고 이야기 하신다면 한번 도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은 많은 시간과 지적인 노동력을 요구하는 독서가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제 경험상 현실적으로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난 율리시스를 읽고 싶어요!”라고 한다면 개인적인 생각을 몇 가지 풀어 놓고자 합니다.



해설서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해설서 필요 없습니다. 해설서 보고 싶다면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논문들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율리시스를 통해 학위를 받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졌고 현재도 진행 중이죠. 그리고 중간중간 모르는 내용들은 위키백과 등을 통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처드 앨먼의 조이스 전기 등이 유명한데 그 수준까지 갈 필요 없습니다. 사이트를 소개하겠지만 사실 논문 등의 해설은 지나친 학문적 연구로 인해 접근성이 떨어지고 거리감도 멀기 때문에 솔직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꼭 율리시스 해설을 읽고 싶다면 번역서에 있는 해설과 주석을 꼼꼼하게 읽으시면 됩니다.

http://dl.nanet.go.kr/index.do
[참고]국회 전자도서관

http://www.joycesociety.or.kr/start.html
[참고]한국 제임스 조이스 학회



번역서를 통해서는 율리시스의 참 맛을 느낄 수 없나요?

이것은 율리시스만이 아니라 다른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번역을 통해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죠. 물론 율리시스는 조어나 많고 영어식 희언의 홍수이기 때문에 특히 심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어의 우수성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현재 동서문화사판과 범우사(생각의 나무판과 동일)판의 두종류의 율리시스가 있는데 둘 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굉장히 노력했습니다. 제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을 수도 있지만 원서랑 비교하였을 때(옥스포드판과 펭귄판) 일반 독자 수준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원작자의 의도와 원작의 느낌을 살려 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아쉽다면 페이퍼백 원서는 저렴하기 때문에(만원 이하) 한 권 구입하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번역서에서 나온 조어나 말장난을 원문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나가면 꽤 괜찮습니다. “태양신의 황소들”편은 영어라는 언어가 지나온 변천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영문학의 역사입니다. 당연히 우리말로 번역이 안됩니다. 하지만 번역서에서는 “~하소서”등의 말투를 통해 최대한 접근하고 있습니다. 물론 진정한 참 맛은 아니지만 율리시스를 즐기는 과정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꼼꼼하게 읽어나가는 편이 좋은가요?

아니요. 그냥 읽으시기 바랍니다. 우선 전체적으로 통독 후 의문이 생기면 몇 가지 찾아보고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그렇다고 바로 읽지 않아도 됩니다. 방구석 어딘가에 처박아 놓고 있다 문뜩 생각나면 그 때 읽으셔도 됩니다. 본질적으로 율리시스는 문학입니다. 연구서가 아니구요. 문학적으로 접근하세요.

예를 들어 "이타카의 장"은 교리문답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많은 잡학지식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렵습니다. 하지만 교리문답체라는 문체의 경험은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문학적인 표현 방법의 독특함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으나 숨은 의미를 해석하는데에는 까다롭죠. 그러면 우선 문학적 경험을 즐기시고 읽고 나서 검색하고 다시 읽어도 됩니다. 처음에는 문학적 신선함을 즐기고 다음에 읽을 때에는 숨은 수수께끼를 즐기세요.

율리시스에서 이야기하는 정보들을 처음에는 무시하세요. 전체적인 맥락을 이어가는데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기막힌 우연이 만들어내는 재미, 동일한 사물을 보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고를 무한히 뻗어나가는 재미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에로틱한 망상을 조이스만큼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도 없으니까요.

율리시스는 플롯의 구성이 매우 정교하고 스토리 전개가 치밀하게 엮어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작품을 세밀하게 파악해 나가는 편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율리시스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작품입니다. 스포일러를 당해도 작품의 가장 본질적인 재미가 사라지지는 않으니까 스포일러에 크게 신경쓰지 말고 다시 한번 재독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읽으시기 바랍니다.



더블린 3부작이라고 불리는 “더블린 사람들”과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읽어야 하나요?

읽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위 두 작품을 읽는다고 해서 율리시스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나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조이스의 작품 스타일은 한편의 작품이 나올 때마다 굉장한 진보를 이루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율리시스의 전작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는 율리시스의 주된 서술 기법인 의식의 흐름이 거의 없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의식의 흐름을 사용하고 있지만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는 율리시스는 전작과 비교할 때 거의 진화에 가까울 정도로 혁신적인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율리시스 이후에는 완벽을 넘어 초월에 가까운 ‘피네간의 경야’를 봐도 알 수 있듯 조이스는 다작을 하지 않았고 하나의 작품에 혼신의 에너지를 넣기 때문에 작품이 나올 때마다 놀라울 정도로 혁명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스키마 구조를 이루고 있는 호메로스의 ‘오딧세이야’를 읽어야 하나요?

마찬가지입니다. 오딧세이야는 율리시스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작품입니다. 읽으면 좋지만 굳이 억지로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적이고 필요한 내용은 번역서에 모두 해설되어 있습니다.



의식의 흐름이라는 서술 기법을 알고 있어야 하나요?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율리시스를 가장 쉽게 접근하는 방법은 제임스 조이스의 서술기법에 익숙해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율리시스 속에 담겨 있는 수수께끼나 정보들은 해설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교하게 심어진 장치나 복잡하게 구성 된 내용들 역시 다 학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품을 읽으면서 종종 맥락을 놓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이 같은 독서라는 가장 기본적인 행위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의식의 흐름이라는 율리시스의 서술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의 의견들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작품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어디까지나 한 개인의 의견임을 참고하셔서 율리시스라는 작품을 즐겨 주셨으면 마음입니다.

2012.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