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톨스토이는 전쟁과 평화를 통해 독자들을 압도한다. 작품의 스케일에서부터 수많은 인물들과 방대하게 펼쳐지는 사건들은 톨스토이의 역량이 집대성되어 하나의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문학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담아내었다.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면서 곳곳에 나폴레옹의 영향력을 짙게 드리우고 있지만 결국 한 영웅의 가치보다는 수많은 민중들의 의지를 통해 작가의 사상을 확인시켜주었다. 수많은 등장인물을 통해 내면의 깊숙한 곳까지 묘사해 내면서 수많은 인간 군상을 다채롭게 표현하였다. 개개인이 가질 수 있는 사랑과 신념, 의지와 분노 등 다양한 감정들을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녹여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개인의 가치를 넘어 국가라는 거대한 집단을 소설 속에 묘사해 내면서 사회적 의미로 확대시켜 자신의 사상과 철학을 담아 소설이라는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해주었다.

민중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통해 역사를 움직이는 주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이야기하였다. 시대를 바꾼 영웅조차도 수많은 민중의 의지의 발현이라고 이야기하며 민중의 의미와 가치를 끊임없이 강조한다. 특히 러시아 사회가 가지고 있는 상류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 러시아의 국민들이 자각하고 깨달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러시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에 있는지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형상의 중심에는 수많은 민중들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며 마지막까지 독자들에게 민중의 가치를 확인시켜 주었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과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톨스토이는 그 어떤 작품보다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려 줄 수 있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사회적 단면들은 사회 전반에 걸쳐 파고들며 다양한 형태의 사상을 만들어 낼 수 밖에 없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특유의 사색적인 탐구를 심화시켜가며 개인의 내면 깊숙하게 간직되어 있는 감정들을 외부로 표출시키며 등장 인물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성을 살려내고 있을 뿐 아니라 대화와 대화, 역사적 사실과 다양한 사건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거대한 역사의 흐름 안에서도 수많은 인간군상의 모습을 훌륭하게 그려내면서 이야기의 힘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 주장하고 싶었던 것들을 단순히 사상적 형태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소설이라는 가공의 인물들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러우면서도 묵직하게 들려 줄 수 있었다.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의 소설가이자 사상가로서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 작품이다. 단순히 분량, 작품 속 등장인물의 숫자, 공간적 배경이나 전투를 통해 펼쳐낸 스케일 등 겉으로 보이는 면에서도 톨스토이 최고의 대작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문학적 형태로 완성되어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특히 민중이라는 존재를 통해 그 어떤 작품보다 설득력을 높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