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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이식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간다. 이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원작의 또 다른 매력을 알게 될 수도 있지만 다른 매체를 통해서 새로운 해석과 타매체만이 가지는 표현의 특성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막연하게 상상력으로 구상되어 있던 것들이 영상으로 표현 될 때, 무대 위에 올려질 때, 청각을 자극하고 시각을 자극하면서 구체화되고 연출가의 재량에 따라 원작에 충실한 작품, 원작과는 새로운 작품, 원작을 뛰어넘는 작품으로 평가 받으며 작품의 세계관을 넓혀주고 팬층을 확대시키게 된다.

율리시스는 위와 같은 타 매체로의 미디어믹스를 무의미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미 1967년 영화로 제작되었던 영화 율리시스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듯 원작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으로 인해 어떤 시도를 하더라도 원작보다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율리시스가 될 수 밖에 없도록 조이스는 소설이라는 형태를 통해서만 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율리시스는 소설이라는 형태에 있어서는 상당히 완성형에 가까운 작품이다. 문학이라는 장르가 취할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텍스트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기법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학 작품이 담아 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하나의 문학작품이 전달해 줄 수 있는 것들, 느낄 수 있게 하는 것들은 어떤 감정들일까? 라는 물음에 대답하고 있다. 시대의 반영, 철학과 사상, 역사를 이야기하고, 예술적인 의미에서 작품의 의미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다. 슬픔과 기쁨, 웃음과, 기쁨 등 다양한 감정들을 전해준다. 언어가 표현할 수 있는 영역, 문장이 만들어내는 표현과 플릇의 구성을 치밀하게 연출해내었다. 전통적인 문학적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재치 넘치는 패러디로 웃음을 주고, 현시대 조차도 훌쩍 넘어서는 초월적인 모습까지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통해 아일랜드를 담고, 조이스 자신도 담았지만 동시에 문학이라는 장르가 어떤 가치를 내재하고 있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면서 문학의 모든 것들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율리시스의 기법은 텍스트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기도 하다. 의식의 흐름이나, 언어를 통한 장난과 연출, 문체의 다채로운 기법 등은 오직 소설만이 가질 수 밖에 없는 고유한 영역 안에서 진행되고 있다. 다른 매체들이 넘을 수 없도록 문학의 특수성을 극대화시켰으며 그 안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만들어 내면서 가장 제약이 많은 텍스트라는 단일 매체가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어 가장 다채로운 형태로 연출해 내며 문학이 얼마나 훌륭한 매체인지를 확인시켜 주었다.

율리시스는 소설 그 자체로 훌륭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다른 매체를 통해서 재발견 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기 힘들게 만들었고, 설령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율리시스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표현하기 힘들게 하였다. 시각이나 청각 등 다양한 감정들을 자극할 수 있는 영상매체나, 생생한 현장감을 살려낼 수 있는 무대 위에 올렸을 때에는 오히려 그 재미가 반감 될 수 밖에 없고 아쉬움을 전해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유일하고 절대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