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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까레니나는 톨스토이가 구현해 낼 수 있는 도덕성의 집합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톨스토이는 사회적 인습과 관습을 뛰어넘는 다양한 형태의 도덕성을 작품 속에서 펼쳐내었고 제각기 다른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톨스토이식 도덕성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안나 까레니나는 톨스토이가 그려내고 있는 러시아 사회의 현재이며 러시아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이정표다. 작품 속 등장하는 저마다의 인물들을 통해 묵직하고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호소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들의 생활 속에 표현되고 있는 사회의 모습들은 계층의 일부만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거대한 국가가 지니고 있는 모습들이 압축되어 담겨 있었다. 모순으로 구성되어 언제든 삐걱거리면서 잘못되어 있는 러시아의 일그러짐을 표출하였다. 그래서 자신의 분신으로 설정하고 삶의 이상적 형태를 추구하고 있는 레빈을 통해서 러시아의 미래의 모습을 제시한다. 톨스토이가 생각해오던 모습, 톨스토이가 구현하고 싶었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안나 까레니나는 톨스토이가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소설이기도 하다. 톨스토이의 문장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유려하고 부드러운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며 사색적이고 내적 갈등을 통해 외적 지향성을 보여주는 톨스토이 작품의 사고 전개방식의 완성을 이룩하였다. 또한 풍부한 표현과 감성을 담아 등장 인물들의 생동감을 불어넣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를 창조해내면서 그 어떤 작품보다 강력한 매력을 지닌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플롯의 구성에서부터 사건의 전개, 캐릭터 설정, 인물의 관계와 대립 구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안정적이다. 심리 묘사를 통해 내면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마저도 굉장히 디테일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대화의 흐름이나 풍부한 감성적 표현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 때 없는 작품으로 완성해 낸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은 소설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는지 말해준다. 안나와 블론스키, 키티와 레빈으로 대립되는 두 개의 축을 따라 톨스토이는 각각의 캐릭터가 지닌 사회적 모습을 대변할 수 있었고 그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배치하고 어떤 캐릭터도 소홀히 다루지 않고 그 매력을 작품 안에서 마음껏 펼쳐낸다. 그들의 감정의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의식의 흐름을 끌어내면서 이야기의 매력에 캐릭터의 매력을 담아내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상향을 레빈이라는 분신에 담아내었으면서도 작품의 스포트라이트는 안나에게 집중시키면서 소설이 전해 줄 수 있는 재미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가장 본질적으로 문학이 가져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어떤 훈계나 가르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작품 속 이야기에 감정을 일치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공감대를 형성시켜 자연스럽게 소설의 의도대로 독자들이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관습에 의해 지탄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안나의 이야기를 설명으로 듣게 된다면 누구도 안나 까레니나는 어떤 감정도 독자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지 못했겠지만 작품 속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들을 통해서는 누구보다 강렬하게 독자들의 가슴을 후벼파게 된다.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밖에 없었고, 레빈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이다.

안나 까레니나는 문학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전달력을 바탕으로 톨스토이를 대신해서 그의 생각들을 가장 충실하게 구현해낸 작품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