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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 서문을 통해 자신의 불멸을 보장하는 방법으로 작품 속에 수많은 수수께끼를 담았다고 하였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언급하지 않아도 율리시스에서는 제임스 조이스의 모든 것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미완성작이였던 ‘영웅 스티븐’ 그리고 본격적인 자전적 교양 소설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스티븐 데덜러스를 통해 이미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를 구축한 상황에서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에서 다시 한번 자전적 요소들을 삽입하기 시작한다. 스티븐의 여정을 자신의 여정과 일치시켰으며 스티븐이 가지고 있는 사상과 신념들을 자신의 그것들과 고스란히 일치시키고 있다. 특히 율리시스에서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자전적 요소들을 훨씬 더 폭넓게 수용하고 펼쳐내면서 그 같은 분신을 통해서 표현할 수 없었던(또는 작품 속 캐릭터의 성격상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또 다른 이면을 작품 속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조국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자긍심을 이야기한다. 아일랜드라는 나라가 위대할 수 밖에 없는 그들만의 문화, 예술, 과학, 의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아일랜드의 우수함을 널리 알리고 싶어했던 조이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누구보다 아일랜드에 날카로운 칼날을 들이대었던 그였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아일랜드를 사랑한 국민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80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지배를 받아오면서도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던 아일랜드의 역사,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였던 영웅들, 아일랜드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잊지 않고 그들에 대한 조이스의 생각들을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 표현하고 있다. ‘율리시스는 조이스가 아일랜드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담은 헌정 소설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율리시스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조이스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의 스티븐 데덜러스를 통해 미처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생각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특히 제임스 조이스 작품에서 가장 많은 영향력을 미친 세익스피어에 대해 정면으로 대면하면서 조이스가 생각하고 있던 세익스피어에 대한 문학적 평가를 끌어내었다. 세익스피어 개인적 사소설로써의 작품 속 반영을 이야기하면서 조이스는 세익스피어와 대치하려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작품의 내적/외적으로 다양한 위치에서 세익스피어와의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대치될 수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면서 소설가로서의 조이스의 입장을 담아내었다.

율리시스는 조이스의 사상과 지식, 성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나는 이 정도로 언어의 천재란 말이야!’, ‘나는 이렇게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만물박사랍니다.’, ‘변태적 성향에서도 나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을걸?’ 등등 작품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이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도록 하였다. 가족에 대한 조이스의 애정이 담겨 있고 예술가로서 그가 지닌 자세를 보여주었다. 그가 가진 가치관과 철학, 사상과 신념 등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그를 둘러싼 환경이 어떤 식으로 작용하여 그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으며 제임스 조이스라는 자아를 형성시켜 나가는지 독자들이 더듬어 갈 수 있도록 작품 속에 가득 담아 놓았다.

율리시스를 통해 조이스는 아일랜드를 영원불멸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자신 역시 영원불멸의 존재로 남길 수 있었다. 아일랜드가 멸망하더라도 다시 부활 시킬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제임스 조이스 역시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다시 부활 시킬 수 있도록 작품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펼쳐내었다. 때문에 율리시스의 이야기는 소설이라는 형태를 통한 블룸의 방랑기이기도 하지만 아일랜드 더블린의 위대한 하루이기도 하고 제임스 조이스 자신만의 독특한 자서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