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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오 이신의 작품이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소설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텍스트의 활용으로 가능한 기교가 많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잡담, 헛소리 등 만담의 형태가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보여지는 시각적 연출에서는 작품의 느낌을 살려내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니시오 이신의 경우 능력자 배틀물의 컨셉을 취하는 작품이 많고 특유의 속도감과 액션연출이 더해진다면 만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시각적 미디어에서도 그 매력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을지도 모르나 어디까지나 니시오 이신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은 텍스트를 통해 전해오는 유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바케모노가타리를 감상하면서 놀랐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기묘한 감각과 독특하고 실험적인 연출, 특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이런 맛을 살려내는구나!라는 탄성을 지를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특유의 정적인 속도감을 보여주었다. 화면은 정적이고 정적인 화면에 어울리는 사색적 연출 대신 화려하게 펼쳐지는 시각적 미장센을 극대화시켰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독특하고 기묘한 색채감각과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소울테이커 시절부터 신보 아키유키 감독은 그만의 실험적인 화면연출로 장면의 미장센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보여오며 탄사를 자아내게 하였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만한 연출이 아님에도 바케모노가타리에서 보여준 화면연출은 니시오 이신이 선사하는 특유의 말장난과 텍스트의 나열을 정교하게 매치시켜가며 텍스트로 나타내었던 기교를 시각적인 이미지 연출로 완성해 내었다. TV애니메이션이라는 제작 여건상의 한계이기 때문이 아니라 보다 시각적 이미지 연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곳곳에서 실험적인 연출로 그 효과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트렌드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되어 있는 캐릭터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하였고 정의로운 주인공을 살짝 비틀어버린 설정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처음부터 캐릭터적인 매력이 넘치는 작품이였기 때문에 이점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의 매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다. 다양한 패러디와 고전적인 연출, 기발한 센스와 감각이 더해지면서 보는 매체로써 장점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곳곳에 숨어있는 재미들이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깔려 있었고 예측불허의 개그연출은 생각 이상으로 보는 재미를 더해주었다. 다소 불친절함마저도 작품을 즐기는 재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소년과 소년의 만남. 정의로운 주인공이 위기의 순간에 구해준다는 설정은 아마 영원불멸의 흥행 공식인지도 모른다.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여전히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바케모노가타리에서도 여전히 유효하였다. 아라라기 코요미를 둘러싼 캐릭터들의 매력을 떠나 가장 기본적으로 코요미와 히타키의 이야기는 순수한 소년 소녀들의 두근거림이기 때문이다.

니시오 이신의 작품이기 때문에 재미있다고도 할 수 있지만 제작사인 샤프트나 신보 아키유키 감독이였기 때문에 바케모노가타리의 즐거움이 더 크지 않았을까? 아마 다른 경우로 선보였다면 바케모노가타리는 다소 부족해 보였을지도 모르겠다.